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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이야기

'유럽문화사 읽기' 트윗 계정 운영 후기!

 

‘유럽문화사 읽기’ 계정(@puriparisassoon)을 운영한 지 6개월이 되었군요. 작년 7월 30일부터 시작했으니까요. 오늘 2월 18일 기준으로 날린 트윗은 321개, 팔로워는 3,252명이네요. ‘이제 정말 올릴 게 없다’ 싶을 정도로 지겹게 올린 것 같은데 많진 않네요. 그래도 많이 올리지도 않았는데 많은 분들이 팔로우 해주셨네요.

 

‘유럽문화사 읽기’ 계정은 ‘트윗봇’은 아닙니다. 인간이에요. ‘봇을 따라한 인간’이랄까요.(<공각기동대>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자동으로 올려주는 트윗봇을 했으면 참 편했겠지만 잘 몰라서 못 했어요. 일일이 하나씩 하나씩 찾아 올린 겁니다. 어떤 분은 봇이 아니라서 오히려 좋아하시더군요.

 

(차라리 봇이 나았을지도...)

 

이 귀찮은 짓을 왜 반년씩이나 했을까요? 첫 번째 목적은 역시나 트위터 마케팅이었습니다. ‘책 팔아먹으려고’ 한 거죠. 아무래도 잘된 것 같지는 않네요. 트위터 하는 걸 보고 책 샀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으니까요. 두 번째는 거창하게 말해서 ‘출판의 영역을 확대하는 시도’랄까요. 단순히 책 만들어 파는 게 아니라 ‘양질의 콘텐츠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게 출판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해봤습니다.(오랜만에 진지하게 얘기하려니 좀 역하군요.)

 

솔직히 말해서 이건 처음부터 모방한 거였죠. 이미 책으로 트위터 마케팅을 해온 분들이 많잖아요. 그분들 계정이나 블로그에 올라온 글들을 보고 따라한 겁니다(선배님들 고맙습니다). 제가 창의력이 없어서... <유럽 문화사>에도 나오죠. “경쟁 상황에서는 성공적인 혁신이 아주 큰 보상을 받지만, 그 보상은 그다지 오래가지 않는다. 초기의 이점을 모방이 갉아먹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전하게 가는 것이 이익이다. 실험은 남에게 맡기고 그 아이디어를 훔치면 되는 것이다.” 봐요. 훔치라네요.(뻔뻔)   

 

아무리 따라한 거라 해도 처음엔 힘들더군요. 전 페이스북은 해왔지만 트위터는 전혀 해본 적도 없었거든요. 그렇다고 누구한테 리트윗 해달라 조를 수도 없고요. 선팔은 안 하는 걸 원칙으로 하다 보니, 저 혼자 올리고 혼자 보고... 일주일은 그랬던 것 같네요. 그러다가 팔로워가 몇 분 생기고, 아는 선생님들이 자주 리트윗을 해주셔서 팔로우 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나 혼자 트윗 올리고 나 혼자 리트윗하고 이렇게 나 울고 불고)

 

원래 한 번 읽으면서 줄을 쳐놓은 문구를 트윗에 올렸는데, 생각보다 운영 기간이 길어지면서 줄 쳐놓은 소스가 다 떨어졌습니다. 결국 나중엔 그냥 책을 펼쳐서 훑다가 괜찮다 싶은 글을 대충 올리는 식이었죠. 다음은 리트윗이나 관심글이 비교적 많았던 트윗입니다.(리트윗/관심글)


저자도 청중의 입맛에 맞는 작품을 써야 했다. 픽션 작가들은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다. 기존 장르를 선택하는 순간 그 장르의 관습을 받아들여야 한다. 자기 작품을 기존 작품과 차별화하기 위해 변형을 가하되 시장을 존중하고 독자의 기대를 충족해야 한다.(40/25)

 

대중언론은 사람들의 관점에 모순이 있는 걸 알아챘다. 많은 독자들은 섹스와 범죄 이야기를 즐겼지만, 자기가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부류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건 좋아하지 않았다. 해결책은 섹스와 범죄를 비난하면서 섹스와 범죄를 장황하게 쓰는 것이었다.(393/167)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강력범죄를 자주 보도하면 경찰력이 강화되거나 중형이 늘어나는 결과를 부를 수 있다. 의료사고에 대한 보도가 잦으면 예산지원을 늘리란 요구가 촉발한다. 정치인, 기업, 노조 등은 이 사실을 잘 알고 보도될 만한 사건을 만들려 한다.(33/11)

 

책을 전혀 읽지 않는 이들 대부분은 빈곤층이다. 오늘날 책이 싸고 도서관이 많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가난은 그저 현금이 넉넉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가난 때문에 시야를 넓히려는 의지, 호기심도 부족해질 수 있다. 책을 안 읽는 건 가난과 관계있다.(440/253)

 

TV 뉴스는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바깥세상은 공포 가득한 지옥이다. 하지만 당신은 안전하다. 겁먹지 마시라. 우리 영상을 보는 걸로 당신은 인류의 고통을 공유했고 관심을 보여주었으니. 이제 안심하고 나머지 프로그램을 즐기고 좋은 저녁시간 보내시라.(21/15)

 

어린이책은 꽤나 무거운 짐을 짊어져야 했다. 성인용 책과 달리 순종과 순응, 종교적 도덕성의 원칙을 어린이들에게 주입하면서 새로운 세대를 만들어내야 했기 때문이다. 곧 어린이책은 어린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동시에 체계적으로 세뇌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23/10)

 

검열에는 보편적 규칙들이 있다. 지적인 엘리트들이 즐겨 읽는 책이나 이미 기성체제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굳힌 이들만 이해할 수 있는 책은 검열할 필요가 없다. 차르 체제 러시아에서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공산당 선언>과 달리 검열에 걸리지 않았다.(20/17)

 

아프리카 작가는 세계 독자들에게 읽히려면 이전 식민지 종주국 언어로 써야 한다. 그들의 국내시장은 너무 좁다. 방언이 400개인 나이지리아에서, 문자해득률이 36%인 시에라리온에서 문학으로 성공한단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책의 세계는 부자들의 세계다.(27/13)

 

성공한 소설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개작되었다. … 어쩌면 불가피하게도, 1971년에

는 <피노키오의 에로틱한 모험>이 나왔다. 여기서는 피노키오가 제페타를 두고 바람을 피우는데, 그때마다 길어지는 건 코가 아니라…….(39/10)

 

빅토르 위고는 언제나 막대한 보수를 요구했다. 돈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돈의 액수야말로 자신의 전문성이 얼마나 인정받는지 보여주는 잣대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선금을 많이 내놓을수록 출판업자가 작품을 더 열심히 팔 거란 사실도 알고 있었다.(34/40)

 

(끝내 우영을 이기지 못했어. 우영은 책 제목 적은 걸로 리트윗이 600개가 넘는데...)

 

이렇게 모아서 보니 뭔가 공통점이 보이는 것 같네요. SNS의 속성이랄까요. 제가 트위터를 운영하면서 생각해온 몇 가지 특징을 말하자면요. 

① 옛날 글은 인기가 없다.
블로그와 다르게 트위터에선 사람들이 예전의 글을 일부러 읽진 않더군요. 초반에 올린 트윗 중 재밌는 게 참 많았는데 참 부질없었죠.
② ‘진보적’, ‘자극적’ 성향
뭐 많이 느끼시겠지만, 불평등이나 사회문제에 대한 글이 인기가 좋더군요. 성적인 이야기도 그렇고요.
③ 시의성이 있어야 좋다.
무심코 올렸다가도 때를 잘 만나면 확 퍼지더군요. 리트윗이 393번 된 대중언론에 대한 트윗은 마침 성범죄 사건이 터져서 그런지 엄청나게 리트윗 됐습니다. 시의성을 타는 건 좀 아껴둘 걸 그랬습니다.
④ 주말, 퇴근 시간은 안 하는 게 낫다.
트위터 하는 사람들은 주로 직장인들이라 근무 시간에 하는 게 반응이 좋았습니다. 왜 다들 일 안하고 트위터를...
⑤ 회사 일, 마케팅이란 게 보이면 냉정해지는 사람들
<유럽 문화사>가 상을 받거나 언론에 나와도 사람들은 관심이 없더군요. 당연하겠죠. 해당 트윗이 읽는 사람에게 혜안이나 재미를 주는 게 아니라면 SNS에서 인기가 없어야 마땅하죠. 북트레일러 올렸을 땐 처참하더군요. 반면 ‘윤리적인 이유 등으로 차마 <유럽 문화사>에 실을 수 없던 사진들을 공개합니다! 실었다면 책이 좀 더 저급해졌을라나. http://puripari.tistory.com/15’ 같은 글처럼, 그저 보고 즐길 수 있는 회사 이야기는 괜찮았습니다.

 

뭐 이 정도고요. ‘유럽문화사 읽기’ 계정은 이제 그만 운영하려고 합니다. 올릴 만큼 올린 것 같기도 하고요. 다른 책 작업에 제대로 집중해야죠. 의외로 신경이 많이 가서요. '계폭'은 안 할 겁니다. 맘 같아선 계정을 바꿔서 뿌리와이파리에서 나올 다른 책의 계정으로 사용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지만, 한동안 그런 책은 안 나올 것 같네요.

 

앞으로도 회사 계정(@puriwaipari)는 계속 운영하겠고요.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puriwaipari)도 잘 만들어가겠습니다. 혹시나 트윗이 어느 장, 몇 쪽에 있는지 궁금하시면 회사 계정이나 페이스북에 문의해주세요. 팔로워분들, 많이 리트윗 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려요!


그리고 한 말씀 더 드리자면, 이제 사서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