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파비니아 강독 시리즈> 세 번째 강의, 『눈의 탄생』후기입니다.
강의를 진행해 주신 분은 국립과천과학관의 이승배 박사님이십니다.
대중을 위한 전시기획과 교육기획을 하셔서 그런지, 강의를 청중 눈높이에 딱 맞도록 재미있게 해주셔서 다들 열정적으로 강의를 들었답니다. 강의 시간도 즐거웠고요. 키도 훤칠하고 말솜씨도 좋으신 선생님 소개는 아래에 나갑니다.^^
박사님은 스스로를 '삼엽충 전도사'라 부르실 만큼 삼엽충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계십니다. 그래서 눈의 탄생이란 주제 중에서도 최초로 눈을 가진 생물인 '삼엽충'의 눈을 중심으로 눈의 탄생이 캄브리아기 생명 대폭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셨어요.
먼저 본격적으로 눈의 탄생에 관한 얘기를 하기 전에 '종' 과 '멸종'에 관해 설명해 주셨습니다.
'종'의 개념과 '멸종'의 개념도 정확히! 해주셨어요. '멸종'은 한 생물종이 사라지는 것뿐만 아니라 종보다 상위 개념의 생물'군'이 사라지는 데에도 사용되는 용어랍니다. 도도새의 멸종은 도도새라는 '종'이 사라지는 것이고, 페름기 대멸종은 당시 생물종 중 95%에 이르는 생물'군'이 사라지는 거란 얘기죠.
캄브리아기 대폭발 때 우리가 알고 있는 생물 '문' (38개)중 대부분이 출현했는데, '문'이 얼마나 큰 단위인지 감을 잡기 위해 '종속과목강문계'에 대해 실제 예를 들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셨어요. 예를 들어 사람은 척삭동물(문) 포유(강) 영장(목) 사람(과) 호모(속) 호모 사피엔스(종) 입니다.
우리가 화석으로든 생활에서든 알고 있는 생물종 수(200만 종)는 지금까지 지구에 살아온 것으로 추측되는 생물종 수(10억 종)의 0.2%라고 합니다. 우리는 아직 모르는 게 무척 많단 얘기죠.
그 뒤 '오파비니아'에 재한 재치있는 농담도 해 주시면서 본격적인 내용으로 들어갔습니다. 먼저 캄브리아기 대폭발 전인 선캄브리아기 에디아카라 동물군의 특성을 살펴보고, 에디아카라 동물군과 캄브리아기 동물군의 대표적인 차이인 '눈'의 이야기로 들어갔죠. 캄브리아기 이전의 생물들 중에는 단순한 광수용세포를 가진 생물은 있었지만 빛과 물체의 모양, 속도 등을 분별할 수 있는 진정한 눈은 없었습니다.
캄브리아기 이전의 생물들은 바닷물과 해저 바닥 사이의 좁은 지역에서만 살았습니다. 그러나 캄브리아기 이후에 동물에 눈이 생기며 물 속, 땅 속 등으로 서식자가 넓어집니다. 동물에게 눈이 생겨 다른 생물체들을 볼 수 있게 되면서 포식자로서(다른 동물들을 잘 잡아먹기 위해) 혹은 피식자로서(포식자에게서 도망치거나 위협을 주기 위해) 급격히 진화하게 됩니다. 외골격이 딱딱해지기도 하고, 헤엄을 더 잘 찰 수 있도록 구조가 변하기도 하는 등 외부적 변화가 급속히 퍼져갑니다. 이후에는 많은 생명체에게 눈이 필수적인 부분이 되었습니다. 38문 중 눈을 가진 문은 6개밖에 없지만, 그 6문이 생명 전체 종의 96%를 차지한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겠죠.
여기서 잠시 책 이야기. 책에서는 캄브리아기 대폭발에 대해 먼저 설명하고, 그 원인을 밝히기 위해 그다음 이어지는 7개의 장에서 여러 측면으로 이 문제를 다룬 뒤에 마지막 두 장에 자신의 결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자 앤드루 파커는 과학적 탐정수사의 작법으로 문제를 풀어내어, 논리적 추론을 통해 하나하나 불가능한 이론들을 제거해 나가 결론에 도달합니다. 다른 시리즈에 비해 분량도 많지 않고 쉽고 재미있게 읽히며, 사진도 많이 실려 있어 개인적으로 시리즈에서 가장 좋아하는 책들 중 한 권이랍니다(저자는 물론, 역자 오숙은 선생님의 맛깔난 번역이 한몫했죠).
그리고 드디어 삼엽충 이야기.
삼엽충은 삼엽충강이라는 하나의 강을 이루고 있고, 종수는 2만 종 이상이에요. 고생대 표준화석이고, 중간의 단단한 축을 중심으로 왼쪽/축/오른쪽 이렇게 3부분으로 분리되어 '삼엽충' 이라 불립니다. 방해석 CaCo3(첨자 기능이 없네요)으로 된 튼튼한 골격을 가집니다. 머리 부분이 떨어지며 머리부터 허물을 벗었고 그때마다 가슴의 마디가 하나씩 더 생겨났답니다.
삼엽충의 눈은 어떻냐고요? 삼엽충은 최초의 겹눈을 가진 절지동물로 눈도 방해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방해석에는 복굴절이라는 특유의 성질이 있고 이 때문에 초점이 제대로 맞지 않는 문제가 있는데, 이 문제를 빼어난 진화로 해결했습니다.
그 밖에도 흥미로운 삼엽충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습니다만, 여기서 이만 글을 줄입니다.
삼엽충이 이렇게 대단하단 얘기를 들으니 '삼엽충' 강의가 더욱 기대되네요.
5월 9일 금요일에 열리는 '삼엽충'강의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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