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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소개

린다 브렌트 이야기, 어느 흑인 노예 소녀의 자서전

 

미국 노예해방운동의 기념비적 작품,

흑인 노예 여성이 쓴 최초의 자서전

 

“이 책을 읽는 사람이면 누구나 공포에 전율할 것이고,

이런 기록을 가능하게 한 저주받을 제도를 깡그리 허물겠다고 굳게 결심할 것이다.

성난 영혼에서 솟아오르는 맹렬한 불길은 신성한 분노로 그 저주받아 마땅한 압제를 타도할 것이다.

그 성난 불길은 이 책에서 미국 노예제를 뒤엎고 쓸어버릴 새로운 연료와 힘을 발견할 것이다.”

—『앵글로아프리칸』 북리뷰(1861)

 

지은이 | 해리엇 제이콥스Harriet Jacobs 옮긴이 | 이재희

서지사항 | 신국판, 384 값 | 15,000

ISBN | 978-89-6462-011-3 (03840)

 

 

1. 이 책은…

 

내가 빛도 공기도 거의 들어오지 않고

팔다리를 움직일 공간도 없는 참혹한 독방에서

7년을 살았다고 하면 믿을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다.

- 본문에서

 

열다섯 살, 노예주의 성적 착취와 학대에 맞선

내 인생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미국 흑인 노예 여성이 쓴 최초의 자서전 『린다 브렌트 이야기Incidents in the Life of a Slave Girl written by herself』는 노예 여성들이 겪는 성적 착취와 학대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미국문학사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해리엇 제이콥스는 린다 브렌트라는 가명으로 1861년에 이 책을 출간했다. 세 살 난 노예주의 ‘재산’으로 양도된 노예 소녀가 끊임없는 성적 괴롭힘에 맞서서 611개월의 유폐 생활까지 견딘 끝에 자유주로 탈출하는 파란만장한 스토리와 노예가 썼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유려한 문체로 충격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저자는 남부에서 탈출한 이후 익명으로 『뉴욕 트리뷴』에 이 작품을 연재했는데, 도망노예가 혼전 임신이라는 파격적인 주제로 썼다는 점 때문에 연재가 중단되었고, 결국 3년이 지나서야 백인 여성 편집자 리디아 마리아 차일드의 도움으로 책을 출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출간 당시 독자들은 원제에 꼬리처럼 달린 ‘그녀가 직접 쓴’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이 작품이 실화라는 사실을 믿지 않았고, 차일드의 소설일 거라고 추측했다. 이런 논란은 책이 나온 지 120년이 지난 1981년, 진 패이건 옐린이 저자와 편집자가 주고받았던 편지다발을 찾아내면서 비로소 끝났다.

 

이 작품은 『미국 노예, 프레더릭 더글라스의 인생 이야기』(1858)와 함께 ‘노예 서사’라는 장르의 출발점이 되었고, 1960~70년대에는 인권운동과 여성해방운동에 큰 영감을 주었다. 또 최근 5년간 미국에서만 20개가 넘는 판본으로 출간되며 널리 읽히고 있다. 이 한국어판에는 저자의 진위 논란을 잠재운 저자의 친필 편지 15통과 동생 존 제이콥스가 쓴 「노예제의 진짜 얼굴」을 함께 수록했다.

 

 

나는 노예, 그것도 노예 여성이었다

책은 프레더릭 더글라스 등의 남성 노예해방운동가들에게서는 들을 수 없는 노예 여성들의 고통을 폭로하고 있다. 당시 많은 노예 여성들은 주인의 협박과 회유에 굴복해 순결을 빼앗겼는데, 그러다 주인의 아이를 낳게 되면 노예상에게 팔려 멀리 쫓겨나거나 안주인의 채찍에 맞아 죽곤 했다. 린다 역시 열다섯이 되면서 어린 주인의 아버지 플린트 의사에게 성적 괴롭힘을 당했고, 그의 협박으로 누구에게도 말 한 마디 못한 채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린다는 늘 당하기만 하는 소극적인 약자는 아니었다. 자신에게 진심으로 대해주는 백인 남성 샌즈 씨에게 마음을 빼앗긴 린다는 혐오스러운 폭군에게 순결을 유린당하느니 자신이 사랑하는 미혼 백인 남성의 아이를 갖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바바라 웰터가 지적한 것처럼 19세기는 “순결이 젊은 여성에게 종교만큼 중요”하던 시기였으므로 린다는 죄책감에 시달렸지만,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것으로 주인에게 복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린다는 두 명의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플린트 씨는 포기하기는커녕 린다에게 더 강하게 집착했다. 아이들 역시 노예제 속에서 고통받을 거라는 사실이 린다를 더 힘들게 했다. 린다는 자신이 사라지고 나면 주인이 아이들을 팔아버릴 것이고, 그럼 할머니나 샌즈 씨가 아이들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할머니 댁 헛간 다락방으로 숨어들었다. 비바람과 태풍을 나무판자 지붕 하나로 견디면서도 린다는 좌절하지 않았다. 벽에 작은 구멍을 뚫어 상황을 조망하고, 가족들과 은밀히 소통하며 적의 동태를 파악했고, 주인을 혼란에 빠뜨릴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611개월 동안 좁디좁은 독방에서 분투한 끝에, 주인에게서 아이들을 빼앗고 자유주로 도주하는 데 성공했다. 노예 여성의 이런 적극적인 대응이 당시 독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 작품은 실화가 아닐 거라는 추측 때문에 출간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1960년대에 인권운동이 일어나고 1970년대에 여성해방운동이 시작되면서 독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저자는 탈출에 성공한 후에 “노예제의 속박 아래 나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아니 그보다 더 극심한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는 2백만 남부 여인들의 처지를 북부 여성들이 깨닫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이 책을 출간했고, 1863년에 노예제가 폐지된 후에도 해방노예의 자립을 돕고 여성권리신장을 위해 애쓰다가 1897년에 생을 마감했다.

 

 

2. 지은이 · 옮긴이 소개

 

지은이 | 해리엇 제이콥스Harriet Jacobs

1813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에든턴에서 노예로 태어났다. 친절한 주인에게 글을 배우며 비교적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지만, 여성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만난 주인으로부터 집요한 성적 억압과 괴롭힘을 당한다. 이러한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온갖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북부로 탈출하는 데 성공하고 마침내 자유를 얻는다. 북부에서 노예해방운동가들과 교우하며 북부인들에게 노예제의 실상을 알려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린다 브렌트’라는 가명으로 1861년 자서전을 출간한다. 이후 노예제가 폐지된 후에도 해방노예의 자립을 돕다가 1897년 숨을 거두었다.

 

옮긴이 | 이재희

이화여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번역학과를 졸업한 후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3. 차례

저자 서문

초판 편집자 서문

1. 어린 시절

2. 새 주인 부부

3. 노예의 새해 첫날

4. 인간이 되고 싶었던 노예

5. 소녀 시절의 시련

6. 안주인의 질투

7. 연인

8. 노예들에게 심어준 북부에 대한 생각

9. 이웃 노예 소유주에 대한 스케치

10. 노예 소녀 인생의 환란기

11. 새로운 생명의 끈

12. 반란의 공포

13. 교회와 노예

14. 또 하나의 생명의 끈

15. 계속된 박해

16. 농장에서 일어난 일

17. 도주

18. 위기의 시간

19. 아이들 팔리다!

20. 또 다른 시련

21. 은신처의 작은 구멍

22. 성탄 축제

23. 계속되는 감금 생활

24. 의원 후보

25. 머리싸움

26. 동생 인생의 일대 사건

27. 아이들의 새로운 운명

28. 낸시 이모

29. 탈출을 위한 준비

30. 북부로

31. 필라델피아에서

32. 딸과의 해후

33. 보금자리를 찾다

34. 숙적의 재등장

35. 피부색에 대한 편견

36. 아슬아슬한 탈출

37. 영국행

38. 다시 시작된 남부로의 초대

39. 고백

40. 도망노예법

41. 마침내 자유

노예제의 진짜 얼굴

편지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