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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소개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세계사』

신상목 지음 | 152x215mm | 400쪽 | 2019년 4월 22일 펴냄 | 18,000원

[상세 정보]

 

 

유럽인들은 왜, 어떻게, 머나먼 일본까지 오게 되었는가? 
대항해시대가 촉발한 도전과 기회의 역사에서 조선과 일본은 어떻게 다른 길을 걸었는가? 

16세기 중반 이후 유럽 세력의 진출과 함께 동아시아에서는 새로운 물결이 일렁이고 있었다. 기술과 물자가 정치적 권위에 의한 배분이 아니라 상업 논리로 거래되는 환경의 변화를 맞아, 고유의 문물이 얼마나 우수한가가 아니라 타자他者의 문물을 어떻게 유입시켜 자기의 것으로 소화하느냐가 국력의 척도가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 새로운 변화의 물결에 대한 개방성과 수용성이 이후 동아시아 3국의 번영 또는 쇠퇴의 길을 갈랐다. 

‘자신의 역사’를 알고자 한다면 ‘타자의 역사’를 공부하라!
한국에서는 역사를 국사와 세계사로 분리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자신의 역사’인 국사는 역사의 ‘왕관보석(crown jewel)’과 같은 존재로 각광받지만, 세계사는 자국 역사와 연관성이 미약한 ‘타자의 역사’로 인식되어 관심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다. 서울대 입시에서 3%의 수험자만이 세계사를 수험 과목으로 선택한다고 한다. 인문학 붐 속에서도 세계사는 상대적으로 찬밥 신세이다. 이 지점에서 의문 하나. 역사를 자신의 역사와 타자의 역사로 분리해서 인식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가, 또는 바람직한 것인가? 이 책에 의하면 답은 ‘아니오’이다. 직업 외교관 출신의 저자는 외교관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가 고립되고 폐쇄적인 역사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역사는 서로 다른 문명 간의 인력(引力)과 반발력이 상호 작용하는 양방향의 진화 과정이며,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역사를 알고자 한다면 타자의 역사를 알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책 전편에 걸쳐 자신의 주장을 독특한 구성으로 전개한다.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세계’의 역사 감각을 전달하기 위해 일본의 유럽 교류사를 일종의 가상 체험 교재(敎材)로 활용한다는 아이디어이다. 저자는 16세기 중반부터 17세기 중반에 걸친 한 세기 동안 생각보다 강한 변화의 추동력을 동반한 농밀한 이문명 간 교류가 일본 땅을 무대로 펼쳐졌다고 주장한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일본-유럽 간 교류의 연원과 과정이 흥미를 자아내고, 당시 조선에는 누락된 유럽의 동아시아 진출 역사를 일본을 통해 간접 체험하는 재미도 신선하다. 일본을 흔히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한다. 그러나 한국인에게 일본은 ‘잘 아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잘 모르는 나라’인 측면도 있다. 그동안 피상적이나 단편적으로만 알려졌던 근세 초기 일본과 유럽의 만남을 생생하게 전하는 다채로운 역사적 사건과 그를 세계사적 맥락에서 조망하는 배경 설명은 동아시아 역사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될 듯하다.        

서구는 왜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는가?  
책의 또 하나의 특징은 유럽이 일본에 오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유럽의 역사를 압축하여 살펴본 점이다. 저자는 일본-유럽 교류사를 세계사의 맥락에서 조망하기 위해서는 ‘유럽은 왜 일본에 왔는가’, 그리고 ‘유럽은 어떻게 일본에 올 수 있었는가’라는 근원적 의문에 대한 답을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2000년에 이르는 유럽 역사를 축약하면서 저자는 결과가 아니라 동기와 과정에 서사의 강조점을 둔다. 저자는 중세 후기까지 대등한 수준이었던 동아시아 문명과 유럽 문명이 분기한 것은 문명의 ‘수준’이 아니라 ‘욕망’의 차이였다고 주장한다. 즉 동아시아는 서방 진출에 흥미가 없었지만, 유럽은 어떠한 고난과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동방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강한 의욕이 있었으며, 이러한 욕망의 차이가 두 문명이 서로 다른 발전 경로를 진행하게 되는 결정적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유럽의 동방 진출을 견인한 동기를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에 빗대어 ‘료料, 금金, 신神’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내는 발상이 흥미롭다. 

대항해시대라는 인류 문명사의 일대 전환이 유럽에서 촉발된 과정을 근대 유럽 문명의 요체인 각종 기술적·도구적 성취를 중심으로 살펴본 것도 이 책의 서사를 입체적이고 풍부하게 하고 있다. 100여 쪽에 유럽 문명사 전부를 담을 수는 없겠지만, 복잡하고 어렵게만 여겨지던 유럽의 역사를 대항해시대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머릿속에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외교관 출신 우동집 주인장’, 대항해시대와 일본을 말하다 
저자의 전작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가 전직 외교관의 시각으로 일본의 근대화 성공에 기여한 에도시대를 사회문화적으로 해부했다면, 이 책에서는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형성하는 기본 틀을 만든 대항해시대 일본과 유럽의 농밀한 교류의 역사를 훑어낸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의 목표를 일본이라는 무대에서 벌어진 동‧서양 간 만남의 주요 장면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놓음으로써 독자들이 이異문명 간 교류의 원리와 과정을 보다 생생한 임장감臨場感을 느끼며 감상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의 사례를 일종의 가상현실(VR) 디바이스로 삼아 한반도에서 누락되었던 역사적 경험을 간접 체험하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보자는 것이다.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어려울 수도 있는 내용을 빠른 정보 처리가 가능한 스토리텔링으로 구성하거나, 마치 유튜브 동영상을 보는 듯 텍스트가 이미지화되어 정보가 처리되는 인상을 주는 서사 스타일도 인상적이다. 젊은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역사교양서를 쓰고자 했다는 저자의 고민과 노력의 흔적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외교현장에서 느낀 경험과 자각이 바탕이 되어 형성된 탓인지 책 전편에 흐르는 저자의 역사관은 현실주의적이고 실용주의적이다. 책을 읽다보면 잔인하리만치 냉엄했던 국가관계의 역사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과연 현대 국제사회는 그러한 속성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 것인지,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질문이 이어지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의 하나이다. 복잡하고 다층적인 관계망 속에서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역사의 원리와 과정을 독자와 공유하고 싶다는 저자의 희망이 흥미로운 소재와 흡입력 있는 문체에 잘 배어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지은이 소개

지은이 신상목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후, 1996년 제30회 외무고시에 합격하여 외교부에 입부하였다. 외교부 근무 중에는 와세다대학 국제대학원 연수, 본부 동북아1과 및 주일대사관 근무 등 일본 관련 업무를 주로 담당하였다. 2010년 G20 정상회의 행사기획과장,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의전과장 등 굵직한 국제행사의 실무를 담당하기도 하였다.


한국과 일본의 숙명적 관계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바탕으로 한일관계에 기여할 수 있는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해보고 싶다는 일념으로 외교부를 퇴직하고 현재 서울에서 ‘기리야마본진’이라는 우동가게를 경영하고 있다. 안정된 조직을 벗어나 냉엄한 현실 속에서 홀로서기에 여념이 없는 와중에도 틈틈이 일본 관련 기고와 저술 활동을 통해 한일관계 증진에 기여하고 싶다는 꿈에 도전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이 일본에도 알려져 2018년 ‘일한문화교류기금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현재 『조선일보』에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월간조선』에 ‘우동집 주인장의 일본 모노가타리’를 연재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 『일본은 악어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가 있다.

 


추천사

“저자의 전작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의 신선한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야심찬 신작이 또 한 권 출간되었다. 이번에는 거침없이 동·서양의 시공을 넘나들며 풀어내는 세계사 이야기이다. 400쪽에 가까운 짧지 않은 분량임에도 읽는 내내 흥미로운 소재와 흡입력 있는 스토리텔링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다. 무엇보다 세계사의 맥락에서 한국과 주변국의 위치 좌표를 찍고 향후 방향성을 찾는 데 새로운 시각과 지적 자극을 얻을 수 있다.”
-선우정(칼럼니스트, 조선일보 사회부장)

“서구 문명의 주도로 동양과 서양이 만나고, 세계가 하나의 단위로 연결되는 과정에 대한 이해 없는 동양 고전古典 읽기는 고목枯木에서 꽃이 피기를 바라는 것과도 같다. 16세기 일본의 유럽 교류사를 소재로 세계사를 입체적으로 조망하도록 접근하는 저자의 발상이 기발하다. 정치·이념 일변도가 아니라 상업과 교역, 도구적·기술적 발전을 중심으로 동·서양 교류의 연원과 과정을 풀어내는 서사도 일품이다. 도덕론, 이상론이 아닌 실용론, 현실론에 입각한 역사 독해법은 나의 고전 해석 지론과도 일맥상통한다.”
-임건순(신세대 동양철학자)


차례


책머리에 

제1부 유럽이 동쪽으로 간 까닭
  제1장 환상의 황금섬 
  제2장 료料: 향신료의 자극적인 유혹 
  제3장 금金: 황금 보기를 돈같이 한 문명 
  제4장 신神(상): 기독교의 절대사명 
  제5장 신神(하): 성전聖戰의 종교 
  제6장 성전기사단과 포르투갈 
  제7장 항해왕 엔히크 
  제8장 대항해시대의 서막 
  제9장 인도로 가는 길 

제2부 유럽과 일본의 만남
  제10장 다네가시마의 뎃포 전래 
  제11장 뎃포가 운명을 바꾼 두 전투 
  제12장 뎃포 전력화의 비결: 전략적 아웃소싱 
  제13장 동아시아의 팩토리 
  제14장 순교의 나라 
  제15장 항구의 나라 
  제16장 국제무역항 나가사키 

제3부 새로운 시대와 쇄국
  제17장 포르투갈 독점의 종언 
  제18장 해양강국 네덜란드 
  제19장 자본주의의 탄생 
  제20장 자본주의와 유대인 
  제21장 데우스호 폭침 사건 
  제22장 풍운아 로드리게스 신부 
  제23장 격동의 동아시아 바다 
  제24장 일본 무역을 둘러싼 각축전 
  제25장 통일 일본과 쇄국체제의 완성 

도판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