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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소개

『최초의 가축, 그러나 개는 늑대다』

레이먼드 피에로티 · 브랜디 R. 포그 지음 | 고현석 옮김 | 152x225mm(양장)

| 436쪽 | 2019년 8월 16일 펴냄 | 25,000원

[상세 정보] 

 

 

이 책은…

“개를 사랑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아니 아직 그럴 기회가 없었던 사람이라도, 모두가 꼭 읽어야 할 책이다”
―베른트 하인리히, 『까마귀의 마음』의 저자

늑대-개는 언제부터, 어떻게 우리의 동반자가 되었는가
진화생물학·생태학·인류학으로 밝히는 개의 기원

늑대는 언제부터 우리의 반려동물인 개가 됐을까? 고고학자 미체 헤르몽프레와 연구팀은 늑대의 가축화가 아주 초기에 일어났음을 보여주는 증거를 제시했다. 벨기에의 고예Goyet 동굴에서 현재로부터 3만 6000~3만 2000년 전으로 연대가 측정되는 ‘구석기시대 개’의 머리뼈를 발견한 것이다. 이는 약 1만 년 전 늑대가 인간이 버린 쓰레기 더미에서 음식을 뒤져 먹다가 개로 길들었다는, 후기 학파의 ‘쓰레기 더미’ 모델을 반박하는 증거였다.


진화생물학과 인디언 부족의 민속을 연구한 레이먼드 피에로티와 브랜디 R. 포그는 기존의 가축화 모델이 지나치게 인간중심적인 데다가 서양 과학의 전통적인(기독교적인) 편견이 담겼음을 지적하며, 다양한 과학적 증거와 원주민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늑대-개와 인간이 협력·공생해온 역사를 다시 그린다. 이 책의 목적은 인간과 늑대의 공진화 과정에서 최초의 가축화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살펴보고, 이를 통해 둘 사이의 오랜 유대를 확인하는 것이다.

우리 개는 안 물어요?―하지만 개는 늑대다
18세기 창조론자인 린네가 가축화된 개를 카니스 파밀리아리스Canis Familiaris로, 회색늑대를 카니스 루푸스Canis Lupus로 분류한 것이 화근이었다. 오늘날 대중은 물론 저명한 학자들마저 개가 늑대와 별개의 종이거나 최소한 늑대의 아종일 것이라고 오해하게 됐다. 이는 개가 여전히 사냥하는 법을 아는 육식동물 포식자임을 잊게 만들며, 그러한 착각 속에서 개를 함부로 다루다가 물리는 사고가 끊임없이 대물림되고 있다. 저자들은 개가 아무리 가축화되었어도 여전히 늑대임을 강조한다.


에른스트 마이어의 생물학적 종 개념에 비춰봐도, 여전히 서로 교배할 수 있는 개와 늑대는 같은 종에 속한다. 게다가 현대 계통분류학에 따라 개가 진정한 종으로 분류되려면 하나의 기원만을 가져야 하는데, 지난 20년 동안 발표된 여러 DNA 연구결과는 가축화된 개가 다계통발생적임을 시사한다. 피에로티는 개의 진화를 계통수(진화의 나무)가 아닌 ‘태피스트리’에 비유한다. 늑대가 개로 가축화되는 사건은 최소 4만 년 전부터 지금까지 여러 번 계속되고 있으며, 개는 하나 이상의 조상을 가지면서 그물망 형태로 복잡하게 진화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가축화된 개가 별개의 종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그렇다면 개를 하나의 종으로 구분할 수 있는 특징은 무엇인가? 개는 복잡한 진화 과정과 더불어 최근 몇백 년 사이 인위적 교배로 인해, 지구상에서 가장 다양한 형태를 가진 포유동물이 됐다. 개는 치와와, 토이푸들, 그레이트데인 등 표현형이 너무 다양해서, 새로운 생물 종을 동정하는 데에 필요한 일관된 모식표본(기준)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미국포유동물학자협회는 가축화된 개와 이 개의 야생 조상을 같은 분류군에 넣어, 개와 늑대 사이에 분명한 경계가 있을 것이라는 오해를 바로잡았다.

“가축화는 진화다”―인간중심적으로 정의된 가축화 개념을 비판하며
“모든 개는 늑대다. 하지만 모든 늑대가 개는 아니다.” 같은 종에 속한 개와 늑대의 차이점은 카니스 파밀리아리스가 카니스 루푸스의 가축화된 형태라는 것이다. 여기서 개의 정체성은 ‘가축화된domesticated’이라는 용어의 뜻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문제는 대부분의 학자가 ‘인간이 이득을 얻기 위해 야생동물을 통제하고 길들였다’라고 인간중심적으로 가축화를 정의한다는 점이다. 이는 야생과 가축화(야생에서 벗어난) 상태 사이의 명확한 경계를 상정한다. 하지만 독일 동물행동학자 볼프강 슐라이트는 그러한 정의가 인간과 늑대의 첫 만남을 설명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왜냐하면 당시 인간은 늑대와 동등한 위치에 서 있는 ‘야생동물’이었기 때문이다. “영구적인 거주지(domiciles[domus])를 짓기 한참 전이었던 우리 조상들은 과연 늑대보다 덜 ‘야생’이었는가?”


“개의 가축화에 대한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한 슐라이트로부터 영감을 얻어, 저자들은 가축화의 대안적 정의를 탐색한다. 인간에 의한 개의 매장을 연구하는 고고학자 다시 모리는 이렇게 주장한다. “가축화는… 두 생명체가 서로에게 진화적 이득을 주면서 생태학적 공생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보는 게 가장 좋다.” 이 포괄적인 정의는 인간과 늑대 관계의 초기 단계에도 분명히 적용된다.


늑대와 인간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즉, 늑대가 개로 가축화되는 동안, 인간 역시 스스로 ‘가축화’되었다는 것이다. 뉴질랜드 인류학자 헬렌 리치는 「인간 가축화Human Domestication」라는 논문에서 다른 종과의 상호작용이 진화를 일으키는 중요한 요소라고 언급하며, 가축화 과정에서 인간에게 ‘무의식적인 자기 선택’이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가축화로 인한 변화(골격 크기의 감소, 사회성의 증가 등)는 늑대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나타났다. 저자들은 ‘인간이 가축화를 통제했다는 오랜 패러다임’이 그러한 변화를 제대로 설명해내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늑대는 사납고 포악하다?―서양의 편견이 미친 영향
기존 학자들이 가축화에 대한 인간중심적 정의를 고집했던 이유는 늑대를 위험하고 공격적인 존재라고 가정했기 때문이다. 그 무서운 동물을 가축화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상황을 철저히 통제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는 야생 늑대를 악마화하는 서양 문명의 기독교 전통과 맞닿아 있다. 중앙아시아나 북아메리카 원주민 부족들의 전통에서 야생 늑대와 인간이 긍정적으로 상호작용한 수많은 사례를 찾을 수 있음에도, 서양에서는 특히 식민주의가 팽창하는 동안 자신들의 경쟁자가 될 수 있는 부족들을 그저 ‘야만’으로 치부하며 무시했다. 이런 전통은 오늘날 인종주의나 외국인혐오 같은 불쾌한 태도의 밑바탕을 이루며, 서양 과학자들이 편견에 사로잡히도록 만들었다.


저자들은 서로 다른 종 사이의 생태적 관계를 평가할 때 오직 유럽인(혹은 유럽-미국인)의 경험만을 중요시하는 태도를 가리켜 “유럽 편견Euro-bias”이라고 부른다. “늑대와 인간의 모든 상호작용이 명백하게 적대적이었다”는 과학 저술가 리처드 C. 프랜시스의 주장은 그러한 편견의 대표적인 예다. 이는 늑대로부터 사냥법을 배웠다는 치스치스타족이나 늑대가 인간을 먹여 살렸다는 살리시족의 이야기와 대립된다. 최근 과학자들은 생태 공동체에서 경쟁보다 협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으며, 실제로 인간이 아닌 종들 사이에서 보이는 행동의 85~95퍼센트는 협력적이다. 그런 점에서 인간과 늑대가 어떻게 협력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원주민 부족들의 이야기는 주목할 만하다.


현대 미국에서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우리의 자유를 위협하는’ 다른 사회에 대해 말이 많다. 많은 사람이 매우 이질적인 존재를 설정하고, 그에 대한 두려움을 이용해 증오와 살육을 정당화한다. 늑대는 그렇게 ‘문명화된’ 인간들의 대표적인 희생양이었다. 아메리카 원주민 사이에서는 자신들의 땅에 도착한 유럽인들이 늑대의 목에 현상금을 걸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며, 그들은 늑대에 이어서 인디언에게도 현상금을 걸었다. 15~19세기 동안 수많은 동물을 학살한 무자비한 포식자는 늑대가 아닌 인간이었다. 이 책은 늑대의 억울한 오명을 씻고 이 동물을 올바르게 이해하여, 과거 우리의 조상이 그랬던 것처럼 늑대(개)와 인간이 서로 상처를 주지 않고 조화롭게 사는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레이먼드 피에로티Raymond Pierotti, 브랜디 R. 포그Brandy R. Fogg
피에로티는 캔자스대학 진화생물학과 교수로, 주 연구분야는 조류와 포유류의 진화·행동 생태학, 원주민 전통 지식의 과학적 측면이다. 주요 저서와 논문으로는 『원주민의 지식, 생태학, 그리고 진화생물학Indigenous Knowledge, Ecology, and Evolutionary Biology』,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과 늑대의 관계 1: 스승이자 안내자로서 늑대Relationships between Indigenous American peoples and wolves 1: Wolves as Teachers and Guides」, 「가축화의 과정: 왜 가축화된 형태는 종이 아닌가The Process of Domestication: Why Domestic Forms are not Species」 등이 있다. 공동 저자인 포그는 같은 대학에서 환경학과를 졸업하고 원주민 부족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저자들은 늑대가 어떻게 개가 되고,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었는지 이야기한다. 늑대, 특히 무리에서 소외당한 늑대들은 구석기시대 인간과 관계를 맺으며, 서로 인정하는 각자의 능력과 감성 역량을 기초로 유대를 맺었을 것이다. 늑대가 단순히 공격적이고 위험한 종이라는 기존의 편견에서 벗어 나, 저자들은 원주민 부족들의 이야기로부터 늑대-인간 관계에 대한 통찰을 얻는다.

옮긴이: 고현석
연세대학교 생화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신문』 과학부와 『경향신문』 생활과학부·국제부·사회부 등 여러 매체에서 기자로 일했다. 현재 생명과학, 천체물리학, 문화와 역사, 민주주의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기획·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느낌의 진화』(공역), 『페미니즘 인공지능』, 『코스모스 오디세이』, 『과학이 만드는 민주주의』, 『토킹 투 노스 코리아』, 『지구 밖 생명을 묻는다』, 『세상의 모든 과학』, 『인종주의에 물든 과학』, 『로봇과 일자리』, 『접고 오리고 붙이고 실험하는 인체과학책』 등이 있다.


차례

서문과 감사의 말
서론: 시작

01 산마르코스의 스패니얼: 개란 무엇인가? 그리고 누가 그걸 신경 쓰는가?
02 종 사이의 협력
03 호모 카니스: 왜 인간은 다른 모든 영장류와 다른가
04 늑대, 고고학자, 그리고 개의 기원
05 아시아: 개-인간의 시작과 일본 개-늑대
06 “딩고가 우리를 인간으로 만든다”: 호주 원주민과 카니스 루푸스 딩고
07 북아메리카: 늑대가 만든 세계
08 늑대와 코요테: 창조자와 사기꾼
09 가축화의 과정: ‘길들인’ 대 ‘야생으로 돌아간’ 그리고 ‘가축화된’ 대 ‘야생의’
10 늑대·개와 살기: 문제와 논란
11 늑대·개와 잘 살기

결론: 우호적인 포식자
그림 출처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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