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아스』는 백주대낮에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겨뤄서
결국 강력한 한 방에 결판이 나는 세계선수권대회 권투 시합이다.
반면 트로이 전쟁은 어둠 속에서 상대방을 걸어 넘어뜨려서 이기는
수백, 수천 판의 레슬링 시합이다.”
배리 스트라우스 지음, 최파일 옮김|양장(147*215)|372면
2010년 9월 29일 초판 1쇄 발행|값 20,000원|ISBN 978-89-6462-006-9 (03920)
트로이 전쟁은 역사상 가장 유명한 무력 충돌이며 서양 문학의 초석인 호메로스의 서사시『일리아스』의 주제다. 『일리아스』에서 그리스 전역의 내로라하는 영웅들은 아름다운 헬레네와 보물을 되찾기 위해 1,186척에 달하는 대함대를 이끌고 트로이를 침공해 10년에 걸쳐 전쟁을 치른다. 그리스군은 9년 동안 트로이 주변의 촌락과 인근 섬들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약탈했으나 견고한 요새인 트로이 성채에 막혀 공격은 지지부진했다. 그러다 헥토르가 이끄는 트로이군의 거센 반격을 받고 그리스군은 궤멸 직전까지 몰리지만, 심복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에 분노한 그리스 최고의 전사 아킬레우스가 참전하여 헥토르를 죽이고 그리스군을 위기에서 구한다.
그렇지만 트로이 전쟁이 정말로 호메로스가 말한 대로 전개되었을까? 호메로스는 자신보다 500년이나 앞서 일어난 전쟁에 관해 진실을 담을 수 있었을까? 아킬레우스와 오디세우스, 헥토르와 프리아모스, 아가멤논과 메넬라오스는 과연 실존했을까 아니면 시인의 상상의 산물일까? 그리스군은 트로이 목마라는 책략 덕분에 승리했을까?
고대사와 전쟁사의 권위자 배리 스트라우스 교수는 고고학 연구와 발굴 성과를 토대로 트로이 전쟁 이면의 신화와 역사를 탐구한다. 호메로스가 어디에서 실수를 하고 때로는 과장하고 왜곡했는지 보여주고, 트로이 전쟁을 당대의 맥락에 놓고 양측이 채택한 전략과 전술을 설명한다. 귀청을 찢을 듯한 소음 속에서 갑옷과 방패가 격렬하게 부딪히고, 화살과 돌멩이가 비 오듯 날아들고, 창에 찔려 피가 튀고 내장이 쏟아져 나오는 전장에 대한 생생한 묘사와 청동기 시대 인물들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통해 스트라우스는 대가다운 솜씨로 트로이 전쟁의 역사를 재구성한다.
우리가 트로이 전쟁에 관해 안다고 생각한 것은 대부분 틀렸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와 영화 <트로이>를 통해 트로이 전쟁을 접한 이들은 대체로 이렇게 알고 있을 것이다. 트로이 전쟁은 아킬레우스와 헥토르 같은 영웅들이 백주대낮에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겨뤄서 강력한 한 방에 결판이 나는 전쟁이었다. 그리스 세력은 트로이 왕자 파리스가 데려간 스파르타의 아름다운 왕비 헬레네를 되찾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 전쟁은 10년간 지속되었다. 그리스군은 트로이 성을 포위 공격하다가 트로이 목마에 병사들을 태워 트로이 성으로 잠입시키는 기막힌 책략 덕분에 승리했다.
그러나 배리 스트라우스 교수에 따르면 이 이야기는 대부분 틀렸다. 트로이 전쟁은 양 진영간 정면 충돌이 아니라 대체로 저강도 무력 충돌과 민간인에 대한 공격이었다. 헬레네는 전쟁의 직접적 원인이 아니라 서서히 표면화되고 있던 그리스와 트로이의 갈등에 불을 붙인 하나의 계기였을 뿐이다. 전쟁은 질질 늘어졌지만 10년에는 훨씬 미치지 못했다. 제한된 자원만을 보유한 청동기 시대 전쟁 수행 능력으로는 10년에 걸친 대규모 원정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리스인들은 결코 트로이 성을 에워싸지 않았다. 그리스군은 트로이군의 급습에 압도당할 위험 없이 도시를 완전히 포위할 만한 수적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트로이 목마의 용도는 운송 수단이 아니라 트로이인들의 주의를 돌리기 위한 유인책이었을 가능성이 더 높다.
역사로 읽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일리아스』는 500여 년 전에 죽은 자들의 영웅적 행위를 노래한 서사시로, 트로이 전쟁의 전개과정을 기록한 역사서로 보기 어렵다. 더구나 전쟁이 9년째로 접어들던 해의 단 두 달에만 집중하는 『일리아스』는 트로이 전쟁 전반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전형적이기는커녕, 『일리아스』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트로이 전쟁에서 이례적인 것이었다. 또 전투에 개입하는 신, 홀로 적진 한가운데를 뚫고 들어가는 용사 등 믿기 어려운 대목도 많다.
배리 스트라우스는 이런 한계를 인식하면서도 『일리아스』를 사료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새로운 발견들은 호메로스가 과거에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청동기 시대를 훨씬 더 잘았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히타이트와 이집트, 아시리아, 가나안, 메소포타미아의 방대한 문헌과 다양한 고고학적 연구 성과를 근거로 삼아 『일리아스』의 줄거리를 따라가며 트로이 전쟁의 전개과정을 서술한다. 물론 호메로스과 과장하고 왜곡한 대목에서는 역사적으로 신빙성 있는 다른 해석을 제시한다. 또 아킬레우스와 오디세우스, 아가멤논과 메넬라오스, 헥토르와 프리아모스, 헬레네와 파리스 등 『일리아스』의 캐릭터들을 실존 인물처럼 언급한다. 아킬레우스라는 이름의 전사는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그와 같은 유형의 인물은 틀림없이 존재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호메로스가 청동기 시대 문학 양식에 따라 사실과 허구를 뒤섞어 지은 『일리아스』 그 이면의 역사를 밝힌다.
저자, 역자 소개
배리 스트라우스Barry Strauss
코넬 대학교에서 역사학과 고전문학을 가르치는 배리 스트라우스 교수는 저명한 고대 군사사 전문가이다. 코넬 대학교 평화연구 프로그램 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자유와 자유사회 프로그램 소장을 맡고 있다. 국내에도 소개된 전작 『살라미스 해전』(2004)과 최근작 『스파르타쿠스 전쟁』(2009)이 많은 찬사를 받았다. 「워싱턴 포스트」, 「로스엔젤레스 타임스」등 유수 언론에 칼럼을 발표했고, 히스토리 채널,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 BBC 방송 등에서 역사 해설자로 활동했다.
옮긴이 최파일
서울대학교에서 언론정보학과 서양사학을 전공했다. ‘바른번역’에서 번역을 공부했고 역사분야를 중심으로 외국의 좋은 책들을 소개하려는 뜻을 품고 있다. 축구와 셜록 홈즈의 열렬한 팬이며 제1차 세계대전 문학에도 관심이 많다. 옮긴 책으로는 『십자가 초승달 동맹』, 『대포, 범선, 제국』이 있다.
차례
저자의 일러두기
트로이 전쟁 관련 사건 연표
고대사와 고고학에 대한 짤막한 설명
들어가는 글
1장 헬레네를 위한 전쟁
2장 검은 배 출항하다
3장 상륙 작전
4장 성벽 강습
5장 더러운 전쟁
6장 곤경에 처한 군대
7장 살육의 현장
8장 야간 동향
9장 헥토르의 돌격
10장 아킬레우스의 뒤꿈치
11장 목마의 밤
나오는 글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주요 인명 · 지명 해설
후주
참고문헌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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