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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소개

『윤지오 사기극과 그 공범들』

서민 지음 | 150x225mm | 268쪽 | 2019년 10월 21일 펴냄 | 값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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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토록 허술한 사기극에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속아 넘어가고 말았을까?

―음모론과 진영논리에 빠지지 않기 위하여

허술하되 강력했던 윤지오 사기극
2019년 봄, 두 달이 넘도록 온 나라를 뒤집어놓은 것이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와 ‘증인 윤지오’ 사건이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할 테니, 먼저 간단히 흐름을 살펴보자.

 

2017년 말, ‘적폐 청산’의 일환으로 법무부는 ‘검찰 과거사위원회’를 출범시켰고, 2018년 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고 장자연의 한 맺힌 죽음의 진실을 밝혀주세요’라는 글이 무려 23만 건의 동의를 얻으면서 장자연 사건은 재조사 대상이 되었다. 8월의 <피디수첩>에 장자연 접대 자리에 함께 있었던 익명의 여인으로 등장한 윤지오는 11월 28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한국에 들어와 과거사위 참고인으로 진술을 한다. 이때 그는 아무런 ‘신변 위협’도 경호원도 없이 쇼핑도 하고 책 출판과 관련된 조언을 구해왔던 김수민 작가도 만나는 등 좋은 시간을 보내다 돌아간다.

 

2019년 3월 4일, 다시 한국에 온 그는 과거사위 증언과 함께 책 『13번째 증언』을 내고 각종 방송에 출연한다. 10년 전 조사에서 말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름만 나열된 ‘장자연 리스트’가 있으며, 그 안에 조선일보 사주의 이름이 나온다고, 그리고 자신은 지난 10년간 장자연을 죽인 권력자들로부터 끊임없이 신변 위협을 받고 있었다고 말한다. 사람들, 특히 이번이야말로 눈엣가시인 조선일보를 없애버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 진보진영은 열광했고, 경호비가 필요하다는 윤지오에게 1억 원이 넘는 후원금을 거둬주었다. 뭔가 수상쩍다는 의견들은 모두 조선일보 알바로 규정당했다.

 

그러나 2019년 5월 20일,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장자연 리스트’의 실체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재수사를 권고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윤지오의 증언에 신빙성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그토록 알고 싶었던 장자연 사건의 진실은 영원히 묻히고 말았다. 하지만 제대로 된 증언은 하지도 않고 거액의 후원금과 방송 출연, 베스트셀러 작가의 명성 등을 즐기던 윤지오는 이미 4월 24일에 캐나다로 도망치다시피 출국한 뒤였다.

 

그때서야 속았다고 깨닫고 분노한 이들에 의해, 윤지오는 2019년 10월 기준으로 사기와 명예훼손, 후원금 횡령, 통신매체이용음란죄 등등 총 7건의 고소·고발을 당했고, 경찰은 세 차례나 출석요구서를 보냈지만, 그는 불응하고 있다. 공황장애로 치료를 받고 있으며, 그것말고도 “물리치료, 왁스테라피 치료, 마사지 치료도 받고 있고, 캐나다 현지 경찰팀과 형사팀이 한국이 위험하다고 말리는 중”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온 나라가 들썩거렸던 이 사태의 본질은 무엇인가. 아주 허술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속아 넘어가버린, 사기극이다.

 

“책은… 분명한 건 이슈는 되니까 그 이슈를 이용해서 영리하게 그동안 못 했던 것들을 해보려고. 그래서 출판하는 거고.”(김수민 작가에게 보낸 카톡 메시지)  

그러나 ‘장자연 리스트’는 없다, ‘윤지오 거짓말 리스트’가 있을 뿐…
2009년 3월 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른 살의 배우 장자연 씨 사건은 그 자체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세간의 주목을 끈 것은 ‘장자연 문건’이라는 7장짜리 진술서 때문이었다. 장 씨와 유족은 숨기고 싶어했던 문건은 3월 13일 KBS가 불에 타다 만 문건이라면서 4장을 공개하는 바람에 세상에 알려지고, 거기에 ‘조선일보’가 등장하면서 진보진영 사람들은 ‘방가방가’만 소리높여 외쳤다.

 

하지만 진보진영의 바람과 달리 조선일보가 장자연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설령 장자연이 조선일보 사주들에게 술접대를 했다 해도, 이것만으로 조선일보가 장자연을 죽였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또한 장자연 문건이 사실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고, 장자연이 죽은 마당이라 이를 입증해줄 증인도 없어졌다. 윤지오를 사기 혐의로 고발한 박훈 변호사에 따르면, 윤지오는 술자리에서 조선일보 사주를 본 적도 없고, 경찰이 작성한 ‘장자연 수표 리스트’에도 조선일보 방씨 일가는 없었다고 한다. 수표 리스트는 장자연에게 돈을 입금한 사람들의 명단인데, 여기에 방씨 일가가 없다는 것은 장 씨의 죽음이 조선일보의 책임이라는 설을 배척한다. 

 

이것이 이 허술하되 강력한 사기극의 핵심 고리다. 사람들은 10년 전에 (조선일보라는 거대한 언론)권력에 의해 묻혀버린 진실이 이번에는 윤지오의 목숨을 건 용감한 증언으로 밝혀지리라고 기대하고 성원했지만, 그 증언은 오락가락 종잡을 수 없었고, 자신이 봤다는 그 ‘장자연 리스트’가 적혀 있다는 문건이 몇 장이고, 어떻게 적혀 있는지의 아주 기초적이고 결정적인 사실에서부터 신뢰를 얻지 못했다.

 

지은이 서민 교수가 애초에 잡은 제목안은 윤지오의 『13번째 증언』을 뒤집은 ‘13(×13)번째 구라’였다. 어쩌다 보니, 윤지오의 거짓말, 그 사기극의 전말을 담은 이 책도 13개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장자연 리스트’는 없었다. 윤지오가 했던 ‘거짓말 리스트’만 있었을 뿐이다. ‘신변 위협’은 없었다. 그건 후원금을 모을 그럴싸한 핑계에 불과했다. TV화면에서 보여준, 목숨을 위협받은 증거로 윤지오가 내놓은 교통사고는 눈길의 단순 접촉사고였다. 10년간 “제가 사실 죄인처럼 검은 옷만 입고 다녀서”라고 했던 윤지오는 그게 사실이 아님이 밝혀지자 “제가 왜 검은색 옷만 10년 내내 입어야 하냐?”며 화를 낸다. 청와대 청원까지 올린 ‘스마트워치 조작 미숙 사건’은 압권이다. 그걸 다 옮기면 책 한 권 분량이니, 우선 차례부터 훑어보기를 바란다.    

음모론과 진영논리에 눈먼 
언론도, 정치인도, 인터넷 커뮤니티도, 깨시민도 여전하다 
이 어이없는 ‘세상에 이런 일이’는 왜 벌어진 걸까. 어떤 대의명분과 충정, 열의가 음모론, 진영논리에 빠져 이성을 잃고 눈멀게 만들어버린 탓은 아닐까.        

 

이번 사태의 전 과정에서, 아니 지금까지도, 스스로 깨어 있는 시민이라 자부하는 이들은 윤지오에 대한 어떠한 훼손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지오 비판자들이 윤지오의 행적을 근거로 들며 그녀의 증언을 의심할 때, 윤지오의 옹호자들은 아무런 근거 없이 ‘방가방가’를 외쳤고, 윤지오 비판자들을 ‘조선일보의 전략에 넘어간 개·돼지’로 취급했다. 그들은 외쳤다. ‘본질을 봐야 한다.’ ‘뭣이 중한디.’ ‘메신저를 보지 말고 메시지를 보자.’

 

독선에 빠져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을 알바 취급하는 이들의 존재는 윤지오 사건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여기에 윤지오의 충실한 스피커가 돼주는 방송이 있고, 윤지오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그대로 기사로 만드는 언론사들이 있다. 정치인들 또한 증인에 대한 검증보다는 유명세를 같이 누려볼까 싶어 윤지오 뒤에 병풍처럼 서서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그이들은 누구 가릴 것 없이 10월 중순 기준으로 아직, 아무도 ‘사과’하지도 ‘반성’하지도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제2, 제3의 윤지오가 나오지 않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다. 가짜뉴스와 거짓 선전선동, 그것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문제라고 하지 않는가. 한국 사회가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간, 참으로 사람 사는 세상, ‘사람이 먼저’인 세상으로 가기 위해, 우리 함께 차분하게 되짚어볼 일이 아닐까. 

 


지은이 소개

서민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1999년부터 단국대 의대 교수로 재직 중인, 30년 가까이 기생충을 연구해온 기생충 박사다. 오랜 진화의 결과 기생생활을 하게 된 기생충에 대해선 한없이 너그럽지만, 다른 이의 고혈을 빠는 소위 인간 기생충에겐 단호하다. 윤지오의 사기 행각을 고발하는 이 책을 쓴 것도 그녀가 한국으로 소환돼 죗값을 받기를 바라서다. 지은 책으로 『서민의 기생충 열전』, 『서민의 기생충 콘서트』 등이 있다.

 

 

차례

서문: 윤지오를 잡읍시다! 
제1장 장자연 문건은 왜 만들어졌을까?1
제2장 증인 윤지오의 탄생
제3장 장자연 리스트는 없다
제4장 신변 위협을 주장하다
제5장 윤지오의 학력
제6장 윤지오는 왜 증언을 16번이나 했을까?
제7장 윤지오는 장자연과 친했을까?
제8장 윤지오, 언론과 싸우다
제9장 윤지오의 아프리카TV 시절
제10장 후원금, 그리고 출국
제11장 책 『13번째 증언』과 김수민 작가의 폭로
글을 맺으며: 제2의 윤지오가 나온다
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