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회 지음|신국판|312쪽|2018년 10월 5일 펴냄
양승태 게이트, “우리 헌정사에서 전무후무한”
“권력분립과 법관의 독립을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을 유린한 헌법파괴이자 명백한 범죄행위”를 겪고도
“갈팡질팡”하는 사법개혁,
그 주체와 리더십의 재정립을 위하여!
‘사법부의 독립’ 도그마를 넘어
시대와,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개혁을!
―실종되어버린 사법개혁을 바로세우기 위한 김인회 교수의 긴급 제언
양승태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가 법관을 사찰해서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권력과 재판을 거래한 사건, ‘양승태 게이트’. 그것은 사법부의 존재이유를 스스로 뒤엎은 사법사상 최악의 참사이자 헌법을 위반한 범죄행위였다. 촛불이 모이고, 횃불로 타올랐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고, 민주적이고 개혁적인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했다. 그러나 2018년 10월 기준, 사법개혁은 지지부진을 넘어 실종 상태이다.
어찌하여, 왜?
참여정부 시절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기획추진단 간사로 일한 바 있는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인회가 우리 사회 ‘사법개혁’의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현재의 사법개혁이 어떤 문제를 안은 채 어떻게 왜곡되고 있는지를 짚고, 우리 사회가 반드시 완수해야 할 사법개혁의 원칙과 방향, 주체와 과제를 제시한다. 사법개혁은 사법부를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로 개조하는 우리 시대의 핵심 개혁과제 가운데 하나이다.
청와대도, 행정부도, 국회도, 시민단체도 ‘사법부의 독립’을 위해 침묵?
“사법부 안팎의 현실이 참으로 엄중하고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은 시점”에 대법원장으로 취임하여 “그 자체로 사법부의 변화와 개혁을 상징”했던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의 1년은 무엇을 이루었는가? 블랙리스트와 재판거래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느릿하게 진행되었고,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상설화하고 영장전담 판사를 고참 부장판사로 교체했으며, 취임 6개월이 지난 2018년 2월 27일,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를 구성했다.
사법개혁의 성과는 거의 없다. 1년간 사법부는 개혁되지 않았고 개혁의 청사진도 제시하지 못했다. 사법발전위원회가 선정한 개혁 과제는 지나치게 좁고 법원중심적이다. 첫째, 사법개혁 과제는 촛불혁명이 요구한 적폐 청산 및 과거사 정리, 공정성 강화, 국민주권주의 강화, 국민참여 강화, 법치주의 제고 등의 요구를 담고 있지 않다. 둘째, 법원의 독립, 법관의 독립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사법제도개혁 과제를 놓치고 있다. 셋째, 법원 내부의 개혁에만 집중함으로써 법원이 중심이 되고 국민과 전문가를 개혁과정에 참여시키지 못하고 있다.
사법개혁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도 빠져 있다. 청와대와 행정부는 사법개혁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국회도 2018년 1월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아무도 성과를 기대하지 않는다. 시민단체도 사법개혁의 큰 그림은 없다. 법학전문대학원생들과 법학교수들이 ‘양승태 게이트’와 관련하여 성명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했지만, 울림은 그다지 크지 않다.
김인회 교수는 사법개혁 실종의 근본 원인을 ‘사법부의 독립’ 원리가 도그마, 이데올로기가 된 데에서 찾는다. ‘사법부의 독립’ 원리는 국가기구 구성의 원리인 ‘견제와 균형’이 구체화된 헌법상의 중요한 가치이고, 정치권력이 정보기관과 검찰을 통해 사법부를 장악해온 군부독재와 권위주의의 역사를 거치며 모두가 인정하는 기본적인 원리이다. 그리고, 그래서인지, 청와대도, 행정부도, 국회도, 시민단체도 입을 열기 어려워한다.
그것은 폐쇄적인 법원중심주의가 아니라, 공정한 재판을 위한 법관의 독립이다!
사법부의 독립’이란 무엇인가.
사법부의 독립은 사법부 구성과 운영의 핵심 원리이다. 사법부의 독립이 보장되어야 공평무사한 재판이 가능하고, 공평무사한 재판이 되어야 국민의 자유와 인권이 보장될 수 있다. 그것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한다는 대원칙 밑의 하위 원리이다. 그리고 사법부의 독립이 자동으로 재판의 공정성과 국민의 자유 및 인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공정한 재판은 제도적으로 불편부당한 판단자, 공격과 방어를 공평하게 할 수 있는 당사자, 원고와 피고 또는 검사와 피고인의 평등한 관계, 피고인의 주체성과 권리 보장, 피고인을 돕는 변호인의 존재 등의 여러 주체들이 있어야 보장된다. 사법부의 독립만으로는 공정한 재판이 구성되지는 않는다.
민사·형사소송법이 규정하듯이, ‘사법부의 독립’은 국법상의 사법행정 단위인 법원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건의 재판을 맡는 소송법상의 법원,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재판하는 법원/법관의 독립을 말한다. 국법상의 법원은 국민과 국회, 행정부가 논의하고 제정하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소송법상의 법원에 ‘사법부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고 운영된다.
소송법상의 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심판한 재판부와 같이 각 사건마다 구성되어 심판하는 재판부를 말한다. 이 재판에는 개입이 있어서는 안 된다. 혼동해서는 안 된다. 사법부 독립의 원리를 국법상의 법원에까지 확장하면, 사법부의 구성과 활동, 사법행정 그리고 사법개혁을 전부 사법부에 맡기는 결과가 된다. 법원중심주의, 법원폐쇄주의로 빠지고 만다.
게다가 사법부의 독립 원리는 그 자체로 한계가 있다. 먼저, 권력의 개입이나 간섭이 아닌 시민, 학자들의 정당한 비판에 대한 독립이 아니다. 또한, 그 방법에서 어디까지나 안팎의 권력이 재판 과정에 불법, 부당하게 간섭하는 데에 대한 소극적, 수동적인 독립이다. 외부의 비판과 제안을 봉쇄하거나 정치권력에 무엇인가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월권이다.
미룰 수 없는, 빠뜨릴 수 없는 과제, 제대로 된 사법개혁을 위하여
사법개혁은 벌써 20여 년 전부터, 군부독재가 끝나고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가 들어선 1993년 이래 우리 사회의 시급한 과제였다. 그리고 그동안 각각의 성과와 한계를 지닌 1993년의 사법제도발전위원회, 1995년의 세계화추진위원회, 1997년의 사법개혁추진위원회, 2003년의 사법개혁위원회, 2005년의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역사가 쌓이고, 또한 촛불혁명 이후의 새로운 시대적 과제들이 제기되면서 사법개혁의 큰 틀과 기본적인 방향은 잡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을 지은이 김인회 교수는 사법개혁의 5대 과제(국민참여재판의 확대, 과거사 정리,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 법원행정의 개혁, 사법의 지방분권)와 제도개혁의 4대 과제(공정성 강화, 법치주의 제고, 국민주권주의 확대, 군 사법제도 개혁)로 정리한다.
문제는 주체와 리더십이다. 사법개혁의 역사는 청와대 및 행정부의 힘과 사법부의 힘이, 그리고 국민의 요구와 열망이 함께 어우러져야만 사법개혁이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처럼, 개혁의 주체와 동력을 혼동해서 사법부에만 사법개혁을 맡기는 것, 그것도 대법원장 1명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은 사법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이제라도, 시급하게, 사법개혁의 주체를 제대로 세우고, 사법개혁에 대한 문제의식과 의지, 창의성이 충만한 리더십을 구축해야 한다. 2018년 9월 17일의 법학교수 성명서가 말하듯이, “우리 헌정사에서 전무후무한” “권력분립과 법관의 독립을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을 유린한 헌법파괴이자 명백한 범죄행위”로 인해 “법원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고, 재판에 대한 신뢰는 심각하게 훼손”된 “사법의 위기이자 정의의 위기요 국가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더이상 “갈팡질팡”해선 안 된다.
지은이 소개
김인회
1964년 부산에서 태어나 동래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93년 제35회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1996년부터 변호사를 시작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서 수석사무차장, 통일위원장, 사법위원장을 역임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시절에는 청와대 사회조정비서관, 시민사회비서관으로 재직했다. 참여정부의 사법개혁과정에서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의 전문위원, 대통령자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기획추진단 간사로 일했다. 서울대 법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형사법과 법조윤리를 강의하고 있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 재단 상임운영위원을 역임했고 현재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원장,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국민주권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형사소송법』, 『시민의 광장으로 내려온 법정』, 『문제는 검찰이다』, 『정의가 희망인 이유』,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공저), 『법조윤리』(공저), 『로스쿨 실습과정』(공저), 『이토록 아찔한 경성』(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 『전락자백―사람은 왜 짓지도 않은 죄를 자백하는가』(공역)가 있다.
차례
머리말
제1장 길을 잃어버린 사법개혁
1.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의 화려한 출발
2. 사법개혁의 실종
3. 판사 블랙리스트 사태와 법원의 무능력
4. 법원, 행정부, 국회, 시민단체는 왜 모두 침묵하는가
제2장 사법개혁이 실종된 까닭
1. 사법개혁의 역사를 보라
2. 청와대와 행정부의 무관심
3. 도그마가 된 ‘사법부의 독립’
제3장 사법개혁의 주체는 누구인가
1. 사법개혁의 성격으로부터 본 사법개혁의 주체
2. 사법개혁의 역사로 본 사법개혁의 주체
3. 국민주권주의 관점에서 본 사법개혁의 주체
4. 개혁의 대상이자 주체인 사법부
5. 개혁 주체의 리더십과 공감대
제4장 사법개혁 5대 과제
1. 국민참여재판의 확대
2. 과거사 정리
3.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
4. 법원행정의 개혁
5. 사법의 지방분권
제5장 제도개혁 4대 과제
1. 공정성 강화
2. 법치주의 제고
3. 국민주권주의 확대
4. 군 사법제도 개혁
제6장 시대와 판결, 윤리와 신뢰
1. 시대와 판결
2. 법관의 윤리
3. 사법부의 신뢰
글을 마치며: 역사는 김명수 법원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본문에서
법관은 재판에서 예단과 편견이 없어야 한다. 재판이 아닌 법원행정에는 대법원장의 명령, 지시에 따라야 하지만, 재판에서는 대법원이나 법원행정처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이 두 개의 영역, 즉 행정과 재판의 영역은 엄격히 구분된다. 그런데 주류 법관들은 이 경계를 뛰어넘는다. 행정도 재판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이번 ‘양승태 게이트’에서 법원행정처 판사들이 재판에 개입한 것은 재판을 행정의 일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때 법관들이 얻는 것은 대법원장에 대한 순응이며 출세이고, 잃는 것은 헌법이 요구하는 법관의 독립이다.(18쪽)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임기 동안 법원행정처의 권한은 확대되어 법원과 법관 전부를 장악했다. 관료주의는 심화되었고 재판에 대한 간섭도, 법관에 대한 감시체제도 생겨났다. 그 일단이 확인된 것이 판사 블랙리스트, 즉 사찰이었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판사에 대한 사찰은 법원행정처 법관의 컴퓨터에서 확인되었다. 청와대의 우병우 민정수석과 사건을 의논한 사실, 재판을 통해 청와대과 교감하면서 상고법원 제도를 추진한 것도 확인되었다. 법원의 정치적 목적을 위하여 재판을 조작하고 거래하려고 한 것이다. 사법부의 독립은 재판의 독립을 의미하는데, 재판의 독립을 정치권력이 침해하기도 전에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가 먼저 나서서 팔았다.(21쪽)
사법부는 2018년 2월 27일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를 구성했다. 대법원장 취임 후 6개월이나 지난 후였다. (…) 사법발전위원회가 선정한 개혁 과제는 사법개혁위원회의 과제에 비하면 지나치게 협소하고 법원중심적이다. 사법발전위원회 과제 중에서 사법개혁위원회 과제에 해당하는 것은 법관임용방식의 개선, 법조윤리 정도이다. 사법개혁 과제를 이렇게까지 축소한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다. 사법개혁 과제의 축소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첫째, 사법개혁 과제가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촛불혁명이 요구한 적폐 청산 및 과거사 정리, 공정성 강화, 국민주권주의 강화, 국민참여 강화, 법치주의 제고 등의 요구는 반영되어 있지 않다. 사회개혁 프로그램의 일부로서의 사법개혁이라는 철학이 부족하다. 둘째, 법원의 독립, 법관의 독립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사법제도개혁 과제를 놓치고 있다. 셋째, 법원 내부의 개혁에만 집중함으로써 법원이 중심이 되고 국민과 전문가를 개혁과정에 참여시키지 못하고 있다.(25~26쪽)
사법부 독립 원리, 법관의 독립 원리를 잘못 이해하면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진다. 사법개혁과 관련한 사법부 독립 도그마의 폐해는 첫째, 행정부의 사법개혁 기피, 둘째, 사법개혁 반대 세력의 사법부 독립 원리의 역이용이다. 첫째, 사법부 독립의 원리가 잘못 이해되면 행정부가 사법개혁을 기피하고 사법부가 사법개혁을 독점하게 된다. 사법부의 사법개혁 독점은 곧 사법개혁의 축소, 나아가 사법개혁의 실종을 의미한다. 사법부의 독립이 전면적으로 적용되는 분야는 재판이지 사법행정이 아니다.(100쪽)
사법개혁은 성격상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법원의 구성, 법관 선발 및 임용, 법관 인사, 법원행정, 법원 작용, 법치주의 확대, 사법신뢰 확보, 법조비리 척결 등을 내용으로 하는 사법제도 개혁과 재판 업무를 중심으로 한 법원 내부 개혁으로 나누어진다. 전자를 사법개혁, 후자를 법원개혁이라 할 수 있다.(107쪽)
사법부의 독립 원리를 동원하여 사법개혁에 저항하는 현실은 기이하다. 사법부의 독립은 사법부의 문제를 덮기 위해서나 사법개혁에 저항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사법부의 독립은 정치권력이나 자본권력이 재판에 불법, 부당하게 개입하여 정의를 왜곡하려고 할 때 정의를 지키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다. 사법부 독립 원리는 사법부로 하여금 시민의 자유와 인권을 지키고 정의를 지키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다. 사법개혁을 위해 사법부 독립 원리가 존재하며 사법개혁은 사법부 독립을 위한 목표 중의 하나이다. 사법개혁에서 사법부는 자신이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사법부의 역할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사법개혁에서 사법부는 대상이지만 부차적으로 주체일 수 있다. 사법개혁의 최종 목적은 국민의, 국민을 위한 사법시스템 구축과 이를 통한 좋은 재판이다. 좋은 재판이란 시민의 자유와 인권을 지키는 재판, 국가권력을 견제하고 통제하는 재판, 강자의 힘을 견제하고 약자를 보호하는 공정한 재판, 법치주의를 지키고 법치주의 수준을 높이는 재판 등을 말한다. 좋은 사법시스템 구축과 좋은 재판은 결국 사법부 구성원에 의하여 실현된다.(1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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