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국판(양장)|512쪽|2018년 6월 29일 펴냄
발 달린 뱀, 절반의 딱지를 가진 거북, 걷는 고래, 뿔 없는 거대 코뿔소,…
이 화석들이 당신의 눈을 열고, 당신의 삶을 빛나게 하기를!
수억 년 전 생태계의 모습이 잘 상상이 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이 놀라운 화석들을 보는 것만으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창조론자들은 ‘절반의 거북’을 상상하지 못한다
지금까지 지구에 살았던 모든 종의 99퍼센트는 멸종했다. 35억 년 전 최초의 생명이 등장한 이래로 과거 지구에는 오늘날 우리의 상식을 초월하는 다양한 생물이 살았다. 화석 기록을 보면 어떤 고래는 하마의 다리가 붙어 있어 네발로 걸어 다녔고(‘고래하마류’), 어떤 개구리는 도롱뇽 같은 몸에 꼬리가 붙어 있었다(‘개구롱뇽’). 고래와 무척 가깝지만 고래는 아니고 개구리와 매우 가깝지만 개구리는 아닌 이들의 화석은, 오늘날 어떤 분류군에도 속하지 않고 그 사이에 있는 ‘연결고리’인 전이화석이다.
거북의 연결고리를 생각해보자. 거북과 아주 가깝지만 역시나 아직 거북은 아닌, ‘절반의 거북’을 발견할 수 있을까? 많은 거북은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등딱지와 배딱지가 둘 다 필요하다. 그렇다면 ‘절반의 거북딱지’를 가진 동물의 화석을 우리는 발견할 수 있을까? “오랫동안 창조론자들은 [원시적인 거북인] 프로가노켈리스를 ‘그냥 거북일 뿐’이라고 무시하면서, 등딱지가 없는 거북을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던 2008년, 거북의 기원에 관한 의문은 마침내 그 답을 찾았다.”
고생물학자 도널드 R. 프로세로는 『진화의 산증인, 화석 25』에서, 선캄브리아대 남세균 덩어리들부터 오늘날 인간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생명체의 진화사를 탐구한다. 우리는 프로세로와 함께 다양한 생물의 기원을 추적하고, 한 종류의 유기체가 다른 종류로 전이되는 과정을 엿보며,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거대하고 기괴한 과거 멸종동물을 보게 된다. 이 책에 소개된 화석들은 오늘날 우리가 경험할 수 없는 과거 지구 생물상의 단면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눈을 열고 잃어버린 과학적 상상력을 되찾아줄 것이다.
스물다섯 가지 화석 기록과 생명 진화에 관한 최신 정보
기원이 중요하다! 〈쥬라기 월드〉의 티라노사우루스에게는 왜 깃털이 없을까? 무시무시한 포식자로 유명한 티라노사우루스는 심지어 우리 인간의 학술명인 ‘호모 사피엔스’보다 유명하다. 오늘날 조류는 이 티라노사우루스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수각류 공룡의 후손이다. 공룡과 조류 사이의 연결고리로서, 새는 아니지만 ‘최초의 새’라고 불리는 아르카이옵테릭스의 화석이 이를 증명한다. 아르카이옵테릭스는 깃털 공룡이다. 그런데 이러한 깃털은 비단 아르카이옵테릭스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최근 중국에서 발견된 티라노사우루스류 공룡 유티란누스 후알리는 몸이 실 같은 깃털로 덮여 있었던 것으로 증명되었다. 티라노사우루스의 피부가 우리의 기존 인식대로 맨살이 드러난 게 아니라, 솜털과 같은 깃털이 덮인 모습으로 다시 복원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크기도 중요하다! 지금까지 살았던 생물 중에서 가장 거대한 육상동물은 무엇일까? 현재 ‘가장 큰 육상동물’이라는 기록은 1987년에 처음 발견된 아르겐티노사우루스가 보유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박물관에 세워진 골격은 그 길이가 무려 40미터에 다다른다. 하지만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다! 아르겐티노사우루스보다 더 거대한 동물이 있었다는 의견도 있으며,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새로운 발견이 이루어지고 있다. 안타르크토사우루스, 아르기로사우루스, 브루하트카요사우루스 등, 기존의 ‘가장 큰’ 타이틀을 새롭게 차지할 후보들이 있다. 우리는 이 책에서 그런 화석들의 최신 정보를 확인하게 된다.
『진화의 산증인, 화석 25』는 총 2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더께가 앉은 행성」에서는 지구상에 처음 등장한 생명의 화석을 확인한다. 2장 「에디아카라의 정원」에서는 초기 단세포 생물에 이어 다세포 생물이 등장한 과정을 밝힌다. 3장 「“작은 껍데기”」에서는 생명체에서 단단한 껍데기가 진화한 이유와 그것의 역할을 소개한다. 4장에서는 인기 있는 화석 중 하나인 삼엽충의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5장과 6장에서는 절지동물과 연체동물의 기원을 추적한다. 7~13장과 18~22장에서는 식물, 척추동물, 양서류, 조류 등 다양한 생물의 기원과, 진화의 과정에서 발견할 수 있는 전이화석을 설명한다. 14~17장, 23장에서는 육지와 바다의 거대한 생명체들을 만나게 된다. 마지막으로 24, 25장에서는 가장 오래된 인류 화석과 가장 오래된 인간 골격을 살펴본다.
‘인디애나 존스’와 함께, 화석을 찾아서
이 책에는 화석을 직접 발굴하며 고생물학을 개척한 화석 사냥꾼과 과학자의 이야기 또한 실려 있다. 로이 채프먼 앤드루스는 그러한 탐험가 중 한 사람으로, 영화 속 인디애나 존스의 실제 모델이라고 여겨지는 인물이다. 그는 고생물학자 월터 그레인저와 함께 몽골의 올리고세 화석층을 탐사했다. 그들이 발굴한 것은 뿔 없는 거대 코뿔소 파라케라테리움의 다리뼈가 ‘똑바로 선 채로’ 묻혀 있는 화석이었다. 화석이 이런 자세로 발굴되는 일은 거의 없다(마치 길바닥에서 동전이 눕혀 있지 않고 세워진 채로 발견된 것과 같다). 이러한 독특한 자세가 형성된 까닭은 무엇일까? 그들은 그 예사롭지 않은 자세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추측하며 그 거대한 다리에 얽힌 아득한 옛날이야기를 상상해보았다.
진화생물학의 거장 스티븐 제이 굴드는 다섯 살에 자연사 박물관에서 티라노사우루스의 뼈대를 보며 두려움에 떨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그곳에서 고생물학자의 꿈을 품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의 부록에는 그런 화석들이 전시된 세계 유명한 자연사 박물관들이 소개된다. 더불어 이 책의 한국어판에서는 진화생물학자 박진영이 한국에서 화석을 볼 수 있는 박물관을 소개한다. 육식공룡 아크로칸토사우루스의 전신 골격 복제품을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식물이나 곤충 화석을 볼 수 있는 국립중앙과학관 등. 이 책에 소개된 여러 박물관에 꼭 한번 직접 가서 화석을 발견해보자.
* 이 책에 쏟아진 찬사들
“스물다섯 가지 화석에 대한 프로세로의 세심한 설명은… 지난 35억 년 동안 동물과 식물의 점진적 변화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 애슐리 예거, 『사이언스 뉴스』
“쉽고 잘 만들어진 책, 화석 기록 자체와 고생물학이 화석을 해석하는 방식을 일반 독자들도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매력적이고 쉽다. 지구 생명의 기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이상적인 책.”
— 『라이브러리 저널』
“뛰어난 고생물학자이자 노련한 소통가인 프로세로가 화석 기록에 드러난 생명 역사에 관한 가장 최신 정보를 담은 책을 내놓았다. 내게는 그 어떤 책보다도 즐거운 일독이었다. 그의 명료한 글이 오래전에 사라진 생명체에 생명을 불어넣는 동안, 진화를 통해 모든 생명체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한 폭의 그림이 완성된다.”
— 나일스 엘드레지, 『영원한 찰나의 존재: 19세기 종의 기원과 적응에서 단속 평형을 거쳐 그 너머로』의 저자
지은이와 옮긴이 소개
지은이 도널드 R. 프로세로 Donald R. Prothero
도널드 R. 프로세로는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컬럼비아 대학, 옥시덴탈 대학, 바사 대학, 녹스 대학에서 40년 가까이 고생물학과 지질학을 가르쳐 왔다. 캘리포니아 주립 폴리테크닉대학과 마운틴 샌안토니오 대학의 객원 교수이며,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자연사 박물관의 척추동물 고생물학 연구원이다. 1991년에는 고생물학회에서 40세 이하의 가장 뛰어난 고생물학자에게 수여하는 슈체르트상을 수상했다. 2013년에는 미국 국립지구과학교사협회에서 지구과학 분야의 뛰어난 저작과 편집 작업에 대해 수여하는 제임스시어상을 수상했다. 300편이 넘는 과학 논문과 35권 이상의 책을 저술했으며, 대표적으로 『화석에 생명 불어넣기: 고생물학 입문Bringing Fossils to Life: An Introduction to Paleontology』, 『진화: 화석이 전하는 말과 그것이 중요한 이유Evolution: What the Fossils Say and Why It Matters』가 있다. 우리나라에 번역된 저서로는 『공룡 이후: 신생대 6500만 년, 포유류 진화의 역사』(뿌리와이파리)가 있다.
옮긴이 김정은
성신여자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했고, 현재는 ‘펍헙 번역그룹’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미토콘드리아』, 『공룡 이후』, 『생명의 도약』, 『신은 수학자인가?』, 『좋은 균 나쁜 균』, 『과학과 종교는 적인가 동지인가』, 『날씨와 역사』, 『야생의 몸, 벌거벗은 인간』, 『세상의 비밀을 밝힌 위대한 실험』, 『강의 죽음』, 『바람의 자연사』 등이 있다.
차례
들어가는 글
1. 더께가 앉은 행성― 최초의 화석: 크립토존
2. 에디아카라의 정원― 최초의 다세포 생명체: 카르니아
3. “작은 껍데기”― 최초의 껍데기: 클로우디나
4. 오, 삼엽충이 노닐 때 내게 집을 주오― 큰 껍데기를 가진 최초의 동물: 올레넬루스
5. 꿈틀이 벌레인가, 절지동물인가?― 절지동물의 기원: 할루키게니아
6. 꿈틀이 벌레인가, 연체동물인가?― 연체동물의 기원: 필리나
7. 바다에서 자라서― 육상식물의 기원: 쿡소니아
8. 수상한 꼬리― 척추동물의 기원: 하이코우익티스
9. 거대한 턱― 가장 거대한 물고기: 카르카로클레스
10.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 양서류의 기원: 틱타알릭
11. “개구롱뇽”― 개구리의 기원: 게로바트라쿠스
12. 반쪽 등딱지 거북― 거북의 기원: 오돈토켈리스
13. 걷는 뱀― 뱀의 기원: 하시오피스
14. 물고기-도마뱀의 왕― 가장 거대한 해양 파충류: 쇼니사우루스
15. 바다의 공포― 가장 거대한 바다괴물: 크로노사우루스
16. 육식 괴물― 가장 거대한 포식자: 기가노토사우루스
17. 거대 동물의 땅― 가장 큰 육상동물: 아르겐티노사우루스
18. 돌 속의 깃털― 최초의 새: 아르카이옵테릭스
19. 딱히 포유류는 아닌― 포유류의 기원: 트리낙소돈
20. 물속으로 걸어 들어간 동물― 고래의 기원: 암불로케투스
21. 걷는 매너티― 바다소의 기원: 페조시렌
22. 말의 시조― 말의 기원: 에오히푸스
23. 거대 코뿔소― 가장 거대한 육상 포유류: 파라케라테리움
24. 원숭이를 닮은 사람?― 가장 오래된 인류 화석: 사헬란트로푸스
25. 다이아몬드를 지닌 하늘의 루시― 가장 오래된 인간 골격: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부록: 최고의 자연사 박물관|감사의 말|옮긴이 후기
더 읽을거리|그림 및 사진 출처|찾아보기
본문에서
멸종된 수십억 종의 생물을 대표하는 스물다섯 종의 화석을 선정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나는 진화사에서 중요한 경계를 나타내는 화석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 이 화석들은 중요한 분류군이 처음에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관한 결정적 단계를 보여주거나, 한 생물군에서 다른 생물군으로 일어나는 진화적 전이를 증명한다. 생명에서는 단순히 새로운 분류군의 발생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크기, 생태적 틈새, 서식지에 대한 적응에서 놀라운 다양성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지구에 살았던 가장 큰 육상동물과 가장 큰 육상 포식자부터 대양을 누볐던 가장 큰 생명체에 이르기까지, 생명이 이룰 수 있었던 가장 극단적인 사례들도 선정했다. (10쪽)
찰스 다윈이 1859년에 『종의 기원』을 발표했을 때, 화석 증거의 부족은 그의 주장에서 취약한 부분이었다. 당시에는 만족스러운 전이화석transitional fossil이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고, 이 책에서 다룰 화석들 또한 하나도 없었다. 최초의 훌륭한 전이화석은 1861년에 발견된 아르카이옵테릭스Archaeopteryx였다(제18장). 더 큰 골칫거리는 고생대에서 가장 오래된 시기인 캄브리아기(약 5억 5000만 년 전에 시작되었다) 이전의 화석이 전혀 없다는 점이었다. 물론 19세기 중반에는 화석 기록이 빈약했고, 화석의 세세한 순서에 주목하기 시작한 지는 겨우 60년밖에 되지 않았다. (13~14쪽)
삼엽충은 키틴질로 이루어진 크고 복잡한 껍데기를 갖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게, 가재, 새우, 곤충, 거미, 전갈, 그 밖의 모든 절지동물도 키틴질 껍데기를 갖고 있다),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쉽게 분해되는 이런 껍데기를 방해석 광물층으로 강화하기도 했다. 그래서 삼엽충의 화석 흔적은 캄브리아기의 다른 동물들보다 훨씬 화석화되기 쉬웠다. 광물화된 껍데기를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무리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단단한 껍데기를 가진 삼엽충의 겉모습 덕분에 아트다바니아조의 화석 기록에는 삼엽충이 지나치게 많이 남아있었고, 톰모티아조와 아트다바니아조 사이에 생명의 ‘캄브리아기 대폭발’이 있었다는 그릇된 인상을 심어주었다(그림 3.4를 보라). 굳이 따지자면, 이 시기에는 광물화된 골격을 가진 동물의 ‘폭발’이 있었을 뿐이다. (52~53쪽)
우리는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어 하지만, 어떤 식의 평가에서도 지구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동물은 언제나 절지동물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지구 전체의 동물종 수는 약 140만 종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그중 85퍼센트 이상을 100만 종이 넘는 절지동물이 차지하고 있다(그림 5.4). 곤충은 거의 90만 종에 달하고, 그중에서도 딱정벌레만 34만 종이 넘는다. 위대한 생물학자인 J. B. S. 홀데인은 생물학 지식을 통해서 창조주에 대해 무엇을 배웠느냐는 질문에, “신은 딱정벌레를 유별나게 좋아했음이 분명하다”라고 답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우리가 속한 척삭동물문Chordata은 약 4만 5000종에 불과하며, 그중 절반 이상이 어류다. 포유류는 4000종이 조금 넘을 뿐이다. (72쪽)
우리는 지구의 숲과 초원을 바라보면서 온갖 다양한 동물의 생활을 지탱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의 식물질이 자라는 ‘초록빛 행성’을 찬양한다. 그러나 지구가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다. 지구는 45억 년 역사의 대부분 동안 척박하고 황량한 곳이었다. 혹독한 지표면에서 살아갈 수 있는 육상식물은 없었다. 그래서 암석은 극심한 화학적 풍화에 그대로 노출되었고, 유기물을 흡수할 해양 유기체가 하나도 없는 바다로 모든 양분을 흘려보냈다. 생명 역사의 처음 15억 년 동안, 광합성 유기체는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뿐이었다. 남세균은 얕은 바닷물에 살면서 스트로마톨라이트를 형성했다(제1장). 그 후 약 18억 년 전, 진핵세포(DNA를 보관하기 위한 별개의 핵과 광합성을 하는 엽록체 같은 세포소기관들을 갖고 있는 세포)로 이루어진 진정한 식물인 조류의 증거가 처음으로 나타났다. (90~91쪽)
최근에 에밀리 스탠든이 이끄는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는 물고기가 물 밖으로 나오는 일이 얼마나 쉽게 일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이들이 실험한 동물은 대단히 원시적인 경골어류硬骨魚類인 아프리카의 비처bichir(폴립테루스Polypterus)였다. 비처는 철갑상어sturgeon와 주걱철갑상어paddlefish 같은 원시적인 조기어류의 먼 친척이다. 비처의 지느러미는 초기 육기어류의 지느러미와 다르지 않았고, 따라서 비처는 육기어류와 조기어류 사이의 연결고리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이 물고기를 정상적인 물속 서식지가 아닌 땅 위에서 키웠다(비처는 공기 호흡을 잘한다). 아니나 다를까, 그렇게 몇 세대를 거치자 비처의 지느러미는 발생 가소성developmental plasticity이라는 메커니즘을 통해서 더 강해지고 땅 위를 기어다니기에 더 적합해졌다. 발생 가소성 덕분에 동물은 배 발생embryonic development이 일어나는 동안 스스로 몸을 변형해서 새로운 도전에 적응할 수 있다. (154쪽)
18세기 초반의 학자들은 화석의 특성과 기원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그들은 암석 속에서 이런 특이한 형체가 발견되는 까닭에 대해 여러 가지 설명을 내놓았다. 화석을 뜻하는 ‘fossil’이라는 단어는 라틴어인 fossilis(발굴로 얻은 것)에서 유래했다. 따라서 원래는 암석을 파내서 나온 것(결정, 결핵체concretion, 그 밖의 다른 비생물학적 물체도 포함된다)은 모두 화석이라고 불렸다. 어떤 과학자들은 화석이 악마의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악마가 신실한 사람들에게 혼란을 일으키고 의심을 퍼뜨리기 위해서 화석을 암석 속에 넣었다는 것이다. 어떤 과학자들은 화석이 신비한 ‘형성력plastic force(비스 플라스티카vis plastica)’의 영향을 받아서 암석 속에서 자란다고 주장했고, 어떤 과학자들은 생명체가 암석의 틈새에 비집고 들어갔다가 납작하게 눌려 죽은 후에 그 골격이 돌 속에 남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수의 학자들만 화석화된 조개와 고둥의 껍데기를 그 후손들과 연결시켰다. (157~58쪽)
1830년대가 되자, 사람들은 익티오사우루스와 수장룡 멸종에 숨겨진 의미를 고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괴물들이 바다에서 헤엄을 치던 무시무시한 ‘대홍수 이전의 세계antediluvian world’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그림 14.3). 몇 년 후, 이 이야기에 공룡이 추가되었다. 1820년대와 그 이전에도, 조지 퀴비에 남작은 매머드mammoth와 마스토돈과 거대한 땅늘보giant ground sloth가 멸종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익티오사우루스와 수장룡 같은 거대한 동물이 멸종했다는 엄청난 사건이 사실로 드러남으로써 마침내 과학자들은 창세기를 글자 그대로 해석하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212쪽)
우리는 최초의 아르카이옵테릭스 화석이 발견된 이래로 먼 길을 왔다. 아르카이옵테릭스는 처음 발견되었을 당시에 다윈의 진화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리고 수십 년 동안 조류의 기원과 비행의 기원에 관한 모든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이제 아르카이옵테릭스는 공룡 시대에서 나온 수백 점의 놀라운 화석 조류 표본 중 하나일 뿐이다. 이 표본들은 공룡, 특히 조류에 관한 우리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공룡은 멸종하지 않았다. 공룡은 바로 지금 당신의 새장 속 횃대에 앉아 있거나 당신의 마당 위를 날아다니고 있다. 그러니 다음에 깃털 달린 공룡이 날아오르는 것을 보면, 벨로키랍토르 같은 무시무시한 포식자가 타조에서 벌새에 이르는 놀랍도록 다양한 새들로 변모한 진화의 경이로움을 음미해보자. 모든 새는 살아있는 깃털 달린 공룡이다. (308쪽)
일각에서는 본능적이거나 종교적 이유에서 거부감을 느끼지만, 인간은 정말로 유인원과 거울을 비춘 듯이 닮았다. 생물학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이것을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설명했다. 외계 생물학자가 지구에 왔는데, 그들이 얻을 수 있는 생물 표본이 DNA뿐이었다고 상상해보자. 그들은 인간과 두 종류의 침팬지를 포함한 여러 다양한 동물의 DNA 서열을 분석했다. 이 자료 하나만 토대로 볼 때, 그들은 인간을 제3의 침팬지 종이라고 결론내릴 것이다. (3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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