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정수 지음|140x210mm|352쪽 | 2019년 9월 27일 펴냄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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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은
“이 책은 ‘과학적으로 보이는’ 한국어 어문규정 전반을 꼼꼼한 반성 위에서 해설하며
한 자연언어의 속살을 드러내 보인다. 모두가 저자이자 편집자가 된 시대다.
한국어 사용자들이 모국어의 이 친절한 해부도를 들여다보기 바란다.”
―고종석
“숫가락과 젇가락은 외 않됀데요?”
―막연한 주눅과 압박에서 벗어나
한판 제대로 붙어보자, 맞춤법!
저널리스트 고종석, 한국어학자 최경봉, 출판편집자 김철호가
입을 모아 극찬한 어문규범 해설서
문제 하나. 다음 문장에서 맞춤법 규정에 어긋난 부분을 찾으시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 예비편집자 200명 중 맞춘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답은 사이시옷, ‘도낏자루’다. 어렵다. 한편, ‘마마잃은중천공(남아일언중천금)’이나 ‘골이따분한(고리타분한) 성격’, ‘일해라 절해라(이래라 저래라)’, ‘이것이 내 한개(한계)다’는 SNS에서 조롱과 유머의 대상이 된다. 한심하기는. 이렇게 쉬운 것도 모르다니.
글을 쓰거나 특히나 책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크건 작건 어문규범의 막연한 압박을 받으며 까다로운 문법 용어가 난무하는 일방적인 규정에 주눅이 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고 주장하면서, 한국어 문범에 대한 이론적 전문지식을 갖추지 않은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그 까닭을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규범의 강박에서 벗어나 한국어를 좀더 객관적인 시야에서 바라보는 가운데 오로지 의사 전달의 효율성 또는 표현의 적절성에 더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 만연한 편협한 언어순혈주의와 완고한 규범주의를 향해 끈질기게 문제 제기를 해왔던 저널리스트 고종석이 이 책을 “한 자연언어의 속살을 드러내는 해부도”라며 추천한 이유가 짐작된다. 또한 《한글 민주주의》에서 단일한 한국어가 아니라 다양한 한국어‘들’을 ‘표준어’라는 단일 규범으로 재단하기보다는 ‘공통어’라는 개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던 최경봉이 “규범을 만들어가는 주체는 결국 ‘우리’”라며 거든 까닭도 어렵잖게 짚어진다. ‘국어실력이 밥먹여준다’ 시리즈를 통해 ‘맞는 말’과 ‘틀린 말’을 규범적 잣대로 가르기보다는 ‘자연스러운 표현력’을 위한 섬세한 분별에 집중해온 김철호가 “모든 ‘지성인’이 읽어야 할 인문서”라고까지 상찬한 것도 한국어와 한국어의 어문규범을 바라보는 저자의 일관된 시선이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국어를 전공하고 편집자로, 편집자를 가르치는 선생으로 30년을 살아온 저자가 예비편집자를 대상으로 100회 가까이 강의해온 내용을 글로 풀어낸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맞춤법과 표준어와 외래어 표기법, 그 규범을 밑줄 그어가며 달달 외울 필요는 없다, ‘규범이 이러저러하게 규정하고는 있지만, 그 취지를 이해한다면 지나치게 주눅들 필요가 없다’고. ‘한판 붙자, 맞춤법’이라는 제목은 쓸데없는 그 견고한 강박에 아주 작은 실금이라도 가기를 차분히 응원하고, 텍스트와 언어생활에서 그 규범과 언제 어떻게 맞붙어도 쉽사리 밀리지 않을 ‘자신감’을 북돋는 의미라고.
“두음법칙·사잇소리 표기는 북한이 더 합리적”
파격적 주장으로 맞춤법 개정 필요성 제기
그 규범들에 대한 저자의 풀이와 주장은 해박하고 거침없다. 예를 들어, 저자는 〈한글 맞춤법〉의 두음법칙 관련 3개 규정이 특히나 모순에 빠진 어지러운 조항이라고 지적한다. 두음법칙 적용 여부를 가르는 기준으로 제시한 ‘합성어’의 실체가 오리무중이기 때문이다. 왜 남+녀는 남‘녀’이고, 남존+여비는 ‘여’비인가? 그것은 오랜 세월에 걸쳐 언중 속에 축적된 표기 관행을 승인하겠다는 뜻일 뿐이다. 이처럼 두음법칙 관련 규정들이 ‘규범적 기준’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에서는 두음법칙을 적용하지 않는 북한의 표기법이 남한보다 더 합리적이라고 진단하면서, 저자는 남북한 사이의 인적·물적 교류 확대를 통해 서로 다른 표기법의 충돌이 전면화되면 더 합리적인 쪽으로 자연스럽게 이끌릴 것이라고 내다본다.
또한 북한에서는 사잇소리 표기를 하지 않는데, 이 규정 또한 애초에 복잡한 딜레마를 안고 있는 문제이므로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고 전망한다. 그리고 그 폐해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예컨대 ‘나무가지’가 원칙이지만 ‘나뭇가지’도 허용하는 식으로, 사잇소리 표기를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복수 표기를 허용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파격적인 주장을 내놓는다.
그러나 저자가 이렇게 주장하는 건 단지 남북한의 표기법이 달라서만은 아니다. 저자는 그 이전에 이 두 규정이 ‘규범’으로서의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먼저 주목한다. 즉 두음법칙 규정은 새롭게 생성되는 합성어로 사전에 올라 있지 않아서 표기가 헷갈리는 말에 대해서는 전혀 기준을 제시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사잇소리는 규정 자체가 일관성과 체계성을 결여한 ‘누더기’여서 규범적 규정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그러다 보니 북한의 표기법이 최소한 남한의 현행 맞춤법보다는 합리적이라는 데 비로소 눈길이 닿은 것이다.
“표준어는 실재하는 말이 아닌 언중의 관념이 만들어가는 것”
‘정보’를 ‘규범’이라 강변하는 기존의 해설서들에 일침
기존의 어문규범 해설서들에 대해 저자는, ‘규범’과 ‘정보’를 전혀 구별하지 않은 채 ‘정보’에 해당하는 내용에까지 ‘규범’의 잣대를 함부로 휘두른다고 비판한다. 심지어 ‘정보’에 대한 ‘저자의 견해’까지 마구 뒤섞여 있어 선뜻 권할 수 없다고 안타까워한다. 그렇다고 이 책들이 다 쓸모없다는 말은 아니다. 정보는 다양하게 수집할수록 좋은 것이므로, 수많은 책들의 내용을 ‘정보’로만 대한다면 충분히 유용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규범’과 ‘정보’를 가르는 기준을 제시한 이 책이 그 책들을 다 밀쳐내고 대신하기보다는 오히려 다양한 해설서들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메타적인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는 기대를 피력하고 있다.
저자는 소통의 관점에서 〈한글 맞춤법〉을 바라본다. 규범과 정보. 단순하게 말하자면, 맞춤법은 ‘규범’이고 표준어는 ‘정보’다. ‘표준어 규정’이 있으니 표준어도 규범으로 여길지 모르지만, 이것은 폐지되어야 할 규정이고, 표준어를 규범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문화통제적인 발상이다. ‘짜장면’과 ‘자장면’, ‘총각무’와 ‘알타리무’, ‘예쁘다’와 ‘이쁘다’를 보라. 그리고 또 ‘사랑이 뭐길래’는? 모두가 저자이자 편집자가 된 시대에, 결국 규범을 만들어가는 주체는 결국 ‘우리’라는 것, 그래서 이 책은 세상을 향한 변정수의 일갈, “쫄지 마!”이기도 하다.
모두가 저자이자 편집자인 시대, 모두가 읽어볼 만한 책이지만, 그중에서도 출판편집자들은 ‘사전’이 채집할 현실의 살아 있는 언어들을 다루는 사람들이기에, 책 말미에는 ‘특강’으로 ‘출판교열론 서설’을 붙여두었다. 교열에 원칙은 없다. 전략으로서, 상대적 중요도를 가늠하라. 교열의 선결과제로서, 원고를 장악하고, ‘컨셉’을 내면화하고, 다독·다작·다상량하라.
2. 추천사
한글 맞춤법은 쉬운가? 그렇지 않다. 한국어는 여느 언어 이상으로 음운규칙이 복잡하고 많은 언어이기 때문이다. 한글 맞춤법은 과학적인가? 그렇다. 이것은 과학적이라는 것이 반드시 쉬움으로 이어지지 않음을 뜻한다. 이 책은 ‘과학적으로 보이는’ 한국어 어문규정 전반을 꼼꼼한 반성 위에서 해설하며 한 자연언어의 속살을 드러내 보인다. 모두가 저자이자 편집자가 된 시대다. 한국어 사용자들이 모국어의 이 친절한 해부도를 들여다보기 바란다. _고종석(저널리스트, 《감염된 언어》 저자)
저자는 소통의 관점에서 한글 맞춤법을 바라봅니다. 이 관점이 왜 특별하냐고요? “어법에 맞도록”이란 규정에는 ‘우리’가 들어갈 틈이 없지만, “뜻이 드러나도록”이란 저자의 해설에는 소통의 주체인 ‘우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우리’가 결국 규범을 만들어가는 주체가 됨을 끊임없이 환기하며, 한글 맞춤법을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적용하는 길을 보여줍니다. 언어학적 개념의 설명과 출판교열론 특강은 본봉 같은 보너스. _최경봉(원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한글 민주주의》 저자)
사유는 래디컬하면서 정밀하고, 문장들은 적확하고 통렬하다. ‘현실’을 상대로 한 일말의 타협도 용납지 않는 저자의 치열한 삶의 태도를 그대로 드러낸다. 이 책은 말과 글을 다루는 ‘실무자’들을 위한 책인 듯 가장(?)하고 있지만, 전작 《편집에 정답은 없다》와 마찬가지로 ‘지성인’이라는 자의식을 지닌 모든 이가 정독해야 하는 인문서, 철학서다. _김철호(출판편집자, 《국어 실력이 밥 먹여준다》 저자)
3. 지은이
변정수
세상물정 모르던 20대에 한국어 연구자가 되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기도 했으나, ‘프리랜서를 빙자한 백수’로 불안정한 생계를 버티던 30대엔 잡글을 기고할 지면을 기웃거리는 간간이 출판편집자로도 일했다. 출판 편집을 가르치는 선생 노릇으로 제법 충만하고 떳떳한 삶을 꾸려내던 40대도 어느새 뒤로 하고, '페이스북 잉여'로 소일하는 한편으로 텔레비전 드라마 시청과 수학 문제 풀기에 탐닉하는 50대를 즐기고 있다.
지은 책으로 비평집 《출판생태계 살리기》, 《그들만의 상식》, 《만장일치는 무효다》, 《상식으로 상식에 도전하기》, 에세이집 《나는 남자의 몸에 갇힌 레즈비언》, 편집(자)론 《편집에 정답은 없다》, 옮긴 책으로 《일본 미디어와 정보 카르텔》, 엮은 책으로 《우리는 고독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외롭다》, 《출판편집자가 말하는 편집자》가 있다.
홈페이지 ddonggae.pe.kr
4. 차례
책머리에
강의에 앞서
들머리 | 맞춤법이 어렵다고요?
〈한글 맞춤법〉에 대한 오해와 진실
제1강 맞춤법이란 무엇인가
제2강 사전은 규정집이 아니다
제3강 열쇠는 ‘생산적 긴장’이다
둘러보기 | ‘원리’부터 차근차근
어문규범 ‘총칙’ 풀이
제4강 ‘미닫이’를 소리나는 대로 쓰면?
〈한글 맞춤법〉의 기본 원리(〈한글 맞춤법〉 제1항)
제5강 ‘표준어’는 실체 없는 관념이다
표준어의 테두리(〈표준어 규정〉 제1항)
제6강 ‘만성골수성백혈병’이라 써도 된다고요?
띄어쓰기의 기본 원리(〈한글 맞춤법〉 제2항)
제7강 ‘외국어의 한글 표기법’ 아닌가요?
외래어 표기법의 규범적 근거(〈한글 맞춤법〉 제3항, 〈표준어 규정〉 제2항)
제8강 ‘오렌지’가 아니라 ‘어륀지’라고요?
〈외래어 표기법〉의 기본 원리(〈외래어 표기법〉 제2항)
톺아보기 | 구슬이 서 말이라도
〈한글 맞춤법〉 축조 해설
제9강 한국어의 보편적 음운규칙들
소리에 관한 규정(〈한글 맞춤법〉 제5~13항)
제10강 ‘너머지고 쓸어지면’ 안 되나요?
형태에 관한 규정(〈한글 맞춤법〉 제14~31항)
제11강 참 잔망스런 맞춤법 님
준말(〈한글 맞춤법〉 제32~40항) 및 기타 규정(제51~57항)
제12강 ‘고향에서처럼밖에는’, 이거 어디서 띄죠?
띄어쓰기 규정(〈한글 맞춤법〉 제41~50항)
뒤집어 보기 | 악마는 디테일에
〈한글 맞춤법〉 규정의 모순점
제13강 ‘남녀’와 ‘남존여비’ 사이에서
두음법칙 표기의 난점(〈한글 맞춤법〉 제10~12항)
제14강 ‘막냇동생’, ‘머리말’은 아무래도 이상해요
사잇소리 표기 꼭 해야 하나(〈한글 맞춤법〉 제30항)
제15강 외국어는 외국어일 뿐!
일본어 표기법과 중국어 고유명사 표기 규정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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