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와이파리의 백예순다섯 번째 책,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가 출간되었습니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
훈련된 외교관의 시각으로 풀어낸 에도시대 이야기
근대화 우등생 일본을 만든 것은 무엇인가?
한국인들이 몰랐던 ‘축적’과 ‘가교’의 시간, 에도시대.
동아시아 삼국의 근대화 경로의 운명을 가른 일본의 ‘에도시대’ 대해부를 통해
21세기 새로운 역사의 길을 묻다!
8·15 광복절을 맞이할 때마다 우리는 일제의 잔악한 침략과 수탈에서 벗어나 ‘빛을 되찾은’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며 ‘반일’민족주의를 제고한다. 그러나 정작 우리 내부의 문제를 직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조선은 어떤 사회였으며, 왜 식민지가 되었는가? 19세기 후반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시기에 근대국가 수립이라는 시험대 앞에서 일본은 최우등생, 중국은 열등생, 조선은 낙제생이었다면, 무엇이 그러한 차이를 만들었을까?
우리는 혹시 훈도시를 입고 칼을 찬 야만의 나라에 고래古來부터 문물을 전수해주었건만 은혜를 원수로 갚은 일본에 대한 역사적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건 아닐까? 정작 동아시아 한중일 삼국 중 유독 일본만 19세기 중반 이후부터 홀로 다른 길을 걸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역사 교과서에 등장하는 에도시대의 일본은 임진왜란 때 납치한 도공이나 조선통신사에게 한 수 배우며 선진 문물을 습득한 문명의 변방국이다. 그러나 단언컨대, 일본의 근세 260여 년을 그런 식으로 바라보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2017년 현재 일본은 총 25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한국에서는 그때마다 메이지유신을 지목하고, 이후 근대화 과정에 부러움을 보낸다. 그러한 분석을 접할 때 다시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저력을 만든 것이 정말로 그 100년일까? 과연 100년 만에 그러한 국가적 역량을 축적하는 것이 가능했을까? 이 책은 그러한 질문에서 출발하여 답을 찾아나가는 여정의 기록이다. 그러한 여정의 끝에 도달한 종착지는 일본 ‘근세의 재발견’이다.
지금의 일본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에도는 이미 18세기 중반에 인구 100만이 거주하는 왕성한 상업활동과 도시기반 시설을 자랑하는 세계 최대의 도시였다(그 당시 에도에 필적할 만한 유럽의 도시로는 런던이 100만 명이었고, 파리는 50만 명이었다. 10만여 명의 인구를 가진 도시는 유럽 전체에서도 20개 도시에 불과했다). 이에야스가 에도로 옮겨와 처음에 착수한 것은, 치수治水사업과 상수도의 개통, 택지 마련을 위한 매립 공사였다. (현재의 히비야 공원에서 신바시新橋와 하마초浜町에 걸쳐 있는 매립지는, 서울에 비유하면 조선 선조宣祖 때 시청 앞에서 용산까지의 지역을 매립하는 것과 같다.) 도시기반 확충과 함께 지역 경제의 기초가 되는 산업을 장려하고, 각종 기술자, 상인, 학자 등의 인적 자원이 확충되자 도시 에도는 같은 시기 유럽국가들에 견주어도 독보적인 인프라를 갖출 수 있었다.
막부를 에도에 두기로 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결단이 ‘천하보청’ 및 ‘참근교대제’와 맞물려 혁신적인 도시문명의 서막을 열었다. 그중 참근교대가 가져온 가장 큰 부산물은 에도의 눈부신 발전이다. 수십만 명의 다이묘와 수행원들이 ‘순수한 소비자’로 유입됨에 따라 에도에는 거대한 소비 시장이 형성된다. 이들의 저택과 수행원 숙소 및 공공 인프라 마련을 위한 토목·건설·건축업, 다이묘 일행의 공사公私에 걸친 교제 생활을 위한 외식업, 공예업, 운수업, 당시 유행하던 ‘이키粹’ 복식문화에 따른 섬유업과 의상업, 다중多衆의 문화생활을 위한 각종 출판업, 공연업과 향락산업에 이르기까지 현대의 도시를 방불케 하는 다양한 분야의 상업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된다.
‘외교관 출신 우동집 주인장’, 씨줄과 날줄을 엮어 에도를 말하다
이 책은 일본의 근대화 성공에 기여한 ‘축적의 시간’이자 ‘가교의 시기’로서의 에도시대에 주목한다. 에도시대에 어떻게 근대화의 맹아가 태동하고 선행조건들이 충족되었는지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 주제이다. 그 과정에서 단순한 외양外樣을 넘어 그 이면에 자리한 자본, 시장, 경쟁, 이동, 통합, 자치, 공공이라는 근대성의 요소가 어떻게 ‘수용·변용·내재화’를 거쳤는지 나름의 시각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한 분석에는 저자가 직업 외교관으로서 일본을 바라본 시각이 작용하였다. 외교관의 세계에는 “유능한 외교관은 모든 분야에 대해 조금씩은 알아야 하고, 한 분야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다방면에 관심을 갖고 전체적 흐름을 읽어내는 능력을 중시하는 외교관의 직업적 특성을 강조하는 것일 터다. 한 사회를 구성하는 각 분야의 총합적 상호관계를 통시적diachronic·공시적synchronic 종횡으로 엮어내어 세계사적·지역적 좌표 속에서 이해의 틀을 구성하는 그러한 총합적 이해의 틀에는 생활문화사적 접근이 중요한 요소로 내포되어 있다.
이 책의 상당 부분은 이러한 생활문화사적 관점에 기반하여 현대 일본의 원형原型으로서 에도시대의 다양한 모습을 담으려는 시도가 반영되었다. 당시 형성된 구성원들의 정서적 태도와 생활양식은 알맹이가 꽤 단단한 것이어서 현대 일본사회에도 연속성을 갖고 이어져 ‘일본적 정체성’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도시 한복판에 소바집이 생기려면? 참근교대제의 낙수 효과, 된장의 정치경제학, 여행천국의 나라, 출판문화 융성의 비결, 세계최초의 전신마취 수술, 시대를 앞서간 지도 이노즈, 번역의 힘, 『해체신서』가 일으킨 혁명적 변화, 도자기와 차문화 등등 추상적 관념에서 탈피하여 실용과 실증의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에도시대의 각종 도구적 성취와 특징을 중요한 소재로서 다루고 있다.
한국은 왜 근대화의 문턱에서 일본에 뒤처지게 되었을까?
한국인들의 일본 역사에 대한 관심은 『대망大望』으로 대표되는 일본 센고쿠戰國시대의 영웅군담 스토리, 메이지유신, 러일전쟁에서 태평양전쟁 시기에 이르는 전쟁 스토리에 집중된다. 17세기 초반 에도 막부 성립에서 19세기 중반 메이지유신 이전까지의 에도시대에 대한 한국인들의 지식은 트리플 마이너리그의 역사이다. 그러나 에도시대는 서구의 르네상스, 대항해시대에 버금가는 전환의 시대이고 축적의 시대였다. 동아시아 삼국의 근대화 경로의 운명을 가를 거의 모든 선행조건들이 그 시기에 결정되었다.
조지 산타야나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는 그를 되풀이하는 저주에 빠질 것이다”는 말을 남겼다.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치욕을 잊지 말아야 한다면 왜 빼앗겼는지를 알아야만 한다. 조선은 선善한데 일본이 악惡해서 나라를 빼앗겼다는 선악론은 역사를 반쪽만 바라보는 것이다. 어떠한 역사관을 택하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20세기 벽두에 조선은 약했고 일본은 강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질문은 ‘왜 일본은 강했고 조선은 약했는가’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일본의 근세는 조선 근세의 거울이자 동전의 양면이다. 일본의 근세를 보면 비로소 조선의 근세가 뚜렷하게 보인다. 이 책은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뼈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 한국인들이 가장 주목해야 할 역사이지만 가장 ‘주목받지 못하는 역사’인 일본 근세에 대한 한국 내의 관심과 이해를 돕기 위한 목적으로 쓰였다. 한국 근대화의 뿌리를 찾기 위해서라도 일본 근세를 진지하게 조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추천사
외교관으로 평생을 봉직하는 동안 일본은 늘 궁금증과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한국 근현대사의 굴절 속에 항상 존재감을 피력해온 일본이지만, 외교의 현장에 서 있는 사람으로서도 일본의 실체와 저력에 대해서 이렇다 할 나름의 ‘관觀’을 갖기가 쉽지 않았다. 외교부 후배인 신상목 군의 역작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많은 의문과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이 책은 ‘일본을 바라보는 법’에 대한 새로운 길라잡이이다. 가장 가까운 이웃을 너무나도 모르면서 아는 줄 착각하고 과소평가해온 사람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책이다. 전편에 걸쳐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에도시대에 대한 문화적·사회적·경제적 해부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역사적 고정관념과 편견에 경종을 울린다. 누구든지 이 책을 읽는 사람은 책을 열기 전의 일본과 책을 덮고 난 후의 일본이 같지 않음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_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전 대통령 외교안보수석)
한국의 제도교육이나 역사 상식의 범주 밖에 방치해두었던 일본 에도시대 사람들의 삶과 문화, 사회경제적 존재 양식을 이처럼 생생하게 복원시킨 책은 일찍이 읽어본 적이 없다. ‘외교관 출신의 우동집 사장님이 쓴 일본사’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만큼 팩트의 면에서나 역사 해석의 면에서 전문가를 능가하는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생활문화사적인 접근이라고는 하나 꽤나 전문적인 해석을 요하는 내용임에도 저자는 특유의 글쓰기 재주로 알기 쉽게 술술 이야기를 풀어간다. 서구 제국주의의 서세동점 와중에서 일본은 근대화라는 숙명적인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갔는지, 이 책은 에도인들의 일상적 삶을 통해 담담하게 그 해답을 추구하고 있다.
_이원덕 국민대학교 일본학연구소장
‘외교관 출신 우동집 주인장’이라는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인 저자는 SNS 논객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책에서 다룬 에도시대는 일본을 꽤 안다고 자처하는 사람들에게도 ‘잃어버린 고리’에 해당하는 낯선 역사이다. 주일특파원 시절부터 멀지 않은 과거에 나라를 잃은 아픈 역사를 되돌아봄에 있어 결과가 아니라 원인을 알려 하는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그러한 나의 생각과 궁금증을 충족시켜주는 데 모자람이 없다. 다채로운 사례와 정교한 분석틀을 통해 조선과 일본의 운명을 가른 요인들이 양파껍질처럼 하나씩 벗겨질 때마다 나도 모르게 나지막한 탄식이 새어 나온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일본의 근세를 통해 한국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논리정연하면서도 힘이 있는 글솜씨가 저자의 천직이 무엇인지를 새삼 느끼게 해준다는 감상은 덤이다.
_선우정 조선일보 논설위원
지은이 소개
지은이 신상목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후, 1996년 제30회 외무고시에 합격하여 외교부에 입부하였다. 외교부 근무 중에는 와세다 국제대학원 연수, 본부 동북아1과 및 주일대사관 근무 등 일본 관련 업무를 주로 담당하였다. 2010년 G20 정상회의 행사기획과장,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의전과장 등 굵직한 국제행사의 실무를 담당하기도 하였다. 한국과 일본의 숙명적 관계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바탕으로 한일관계에 기여할 수 있는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해보고 싶다는 일념으로 외교부를 퇴직하고 현재 서울에서 ‘기리야마본진’이라는 우동가게를 경영하고 있다. 안정된 조직을 벗어나 냉엄한 현실 속에서 홀로서기에 여념이 없는 와중에도 틈틈이 일본 관련 기고와 저술 활동을 통해 한일관계 증진에 기여하고 싶다는 꿈에 도전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일본은 악어다』 가 있다.
차례
프롤로그
제1장 에도 한복판 200년 된 소바집의 의미
제2장 역사를 바꾼 우연(1): 에도의 탄생
허허벌판에서의 시작 | 물을 다스리는 자가 천하를 다스린다 | 다이묘의 등골을 빼 인프라를 구축하다
제3장 역사를 바꾼 우연(2): 참근교대제
근대화의 예습, 참근교대제 | 폭포수와 같은 낙수효과 | 돈이 돌고 도시가 발달하다 | 서민 계급이 새로운 실세로 등장하다 | 전국 네트워크의 구축
제4장 ‘된장(미소)’으로 본 근대 일본의 정치경제학
전략물자가 된 ‘미소’ | 부국강병의 꿈이 담긴 ‘센다이미소’ | 품질과 신뢰로 에도 시장을 뚫다 | 새로운 시대, 넘버원 미소의 자리는? | 경쟁과 자율성이 꽃피운 미소 문화
제5장 여행천국의 나라, 관광입국의 시대
평생에 한 번은 이세참배를…… | 모든 길은 에도로 통한다 | 여행의 대중화: 장기투어, 고講, 료칸, 유곽 | 시대를 앞서간 ‘觀光’의 탄생
제6장 출판문화 융성의 키워드: 포르노, 카피라이트, 렌털
출판 혁명의 시작은 포르노 | 시대를 풍미한 초베스트셀러의 등장 | 유교의 이상을 완성한 『경전여사』 | 일본판 카피라이트, ‘판권’의 탄생 | ‘대본업’의 등장과 공유경제 |문화 융성은 시장 활성화의 이음동의어
제7장 교육의 힘: 번교, 데라코야, 주쿠
공교육의 핵심 번교藩校 | 도쿄대학으로 이어진 막부의 3대 직할 교육기관 | 서민교육의 중심 ‘데라코야’ | 신지식인의 산실 ‘주쿠塾’
제8장 뉴스와 광고 전단의 원형: ‘요미우리’와 ‘히키후다’
에도시대의 신문, ‘요미우리’ | 광고지의 효시 ‘히키후다’
제9장 과학적 사고의 문을 연 『해체신서』
일본 지식계를 강타한 서양 해부학 | 일본 최초의 본격 번역서 『해체신서』 | 하나오카 세이슈의 세계 최초 전신마취 외과수술 | 호시노, 인체 골격 제작에 나서다
제10장 시대를 앞서간 지도 이노즈伊能圖
은퇴 후 시작한 천문학 공부 | 측량 마니아 이노, 걸어서 에조치까지 | 17년에 걸친 10차례의 측량 여행 | 이노즈, 정확성의 비결
제11장 사전으로 서구 문명과 언어의 통로를 만들다
0에서 1을 만드는 도전 | 일본 난학자들의 보물, 『두후하루마』 | 일본 최초의 영일사전 | 근대화를 촉진한 언어의 통로
제12장 소비가 주도하는 경제의 힘, 섬유혁명
근세 초기 동아시아 무역 | 목면 보급과 자본주의의 맹아 | 도시의 중심 에도, 새로운 시장의 확대
제13장 도시 서민문화의 진화: 패션의 유행과 ‘이키粹’ 문화
규제와 간섭이 만들어낸 문화의 진화 | ‘이키’의 미의식, 심플한 세련됨을 추구하다
제14장 문화에서 산업으로, 도자기 대국의 탄생
다도의 유행과 도자기 전쟁 | 도자기의 신, 이삼평 | 진화하는 아리타야키 | 하이엔드부터 보급형 자기까지
제15장 도자기 산업의 발달사: ‘예술의 후원’과 치열한 경쟁
만국박람회로 판로를 뚫다 | 민관학 공동 체제로 해외시장을 개척하다 | 조선의 도자기가 정체되는 동안……
제16장 에도 지식인의 초상: 시대가 변하면 지식도 변한다
공자의 가르침은 공자에게서 찾다 | 이시다 바이간, 상인의 길을 밝히다 | 마음을 열고 세계를 바라보다
제17장 ‘대망’의 화폐 통일: 삼화제와 화폐 개혁
금화 은화 동화 3종이 본위화폐로 | 화폐개혁, 펀치를 맞다
제18장 ‘화폐의 덫’과 막부체제의 한계
이원적 화폐 유통구조와 료가에쇼 | 화폐본위경제와 미곡본위경제 병행의 모순 | 중앙화폐와 지역화폐 병존의 모순
에필로그
도판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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