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언 지음|153*215mm|264쪽|2019년 1월 25일 펴냄|15,000원
그런데 왜,
엄마 젖에는 글루탐산이 그리도 많을까?
MSG 감칠맛의 핵심이자 뉴런의 신경전달에 꼭 필요한 물질,
각종 단백질 식품에 가장 많은 아미노산.
혼돈과 오해의 핵 글루탐산, 넌 누구냐!
40년 넘게 지속된 MSG 유해성 논란에 가려진, 글루탐산의 진짜 얼굴
우리 몸의 핵심 아미노산인 글루탐산과 미네랄의 꽃으로 불리는 나트륨이 만나면? 바로 MSG(글루탐산나트륨)가 된다. 그런데 소금을 ‘소듐클로라이드’라고 부르면 괜히 낯설고 무섭게 느껴지듯, 우리나라에서는 ‘글루탐산나트륨’이라는 익숙지 않은 이름 때문인지 MSG가 공포의 대상이 되고 유해성 논란이 불거졌다. 이 논란의 밑바탕에는 1968년 미국에서 등장한 ‘중국식당증후군’이 있었다. 어떤 의사가 중국음식을 먹고 메스꺼움과 두통을 호소했는데, 그 원인이 MSG라고 주장하면서 오해가 싹튼 것이다.
MSG 유해성 논란은 뜨거운 감자다. MSG 사용 여부로 어떤 식당을 착하네 나쁘네 가리기까지 했을 정도니 뭐. 식품공학을 전공하고 현재 여러 강연·저술 활동을 하며 ‘맛 전문가’로 불리는 저자는, 그 논란 속에서 가장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MSG의 핵심 분자인 글루탐산이란 무엇인가? 왜 우리 몸은 글루탐산을 감칠맛으로 느낄까? 모유에는 왜 그렇게 글루탐산이 많을까?
이를테면, 엄마 젖에는 20가지 아미노산이 들어 있는데, 글루탐산 함량이 가장 많다. 특히 단백질 형태로 결합하지 않은 유리 아미노산 중에서는 50퍼센트가 글루탐산이다. 모유 100밀리리터에는 유리 글루탐산이 21.6밀리그램 들어 있는데, 이는 우유의 1.9밀리그램보다 10배 이상 많은 양이다. 게다가 엄마 젖의 글루탐산은 음식에서 얻는 게 아니라 엄마가 아이에게 젖샘에서 애써 만들어서 주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해 우리 몸 생명현상의 전체적인 풍경을 조망하는 데까지 나아가는 여정이다. 사실 글루탐산은 정말 많은 일을 하는 영양소다. “생명현상 중에 글루탐산에 연결되지 않는 것이 드물” 정도로 글루탐산이 매력적인 분자라는 점을, 그 여정을 통해 차근차근 알아갈 수 있다. 이로써 마침내, 단순히 MSG 유해성 논란에 휘둘리던 시절을 훌쩍 뛰어넘어, 생명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다.
익숙해지면 당연한 줄 알아…. 너무도 흔해서 아무도 몰랐던 단 하나의 영양소
단백질을 만드는 20가지 아미노산 중,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무엇일까? 식품 속 단백질의 아미노산 함량을 비교해보니, 돼지고기에는 약 16퍼센트, 콩에는 약 20퍼센트로 다른 것에 비해 2~3배나 많은 아미노산이 있었다. 바로 글루탐산이다. 게다가 이 글루탐산은 우리 몸에서도 정말 많이 쓰였다. 글루타민으로 전환되면서 몸속 노폐물(암모니아)을 배출하는 데 쓰였고, 혈액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을 만드는 데도 쓰였으며, 다른 아미노산과 결합해 글루타티온이라는 항산화제가 되기도 했다. 글루탐산이 몸 건강을 책임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악플보다 무플이 서럽다던가. 글루탐산은 그 중요성에 비해 인지도가 한참 낮다. ‘글루탐산’이라는 이름조차 모르는 이도 많다. 반면, 비타민이나 미네랄 등 글루탐산보다 중요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는 다른 영양소들은 과하게 대중적 관심을 받기도 한다. 그 이유는 그런 영양소들이 우리 몸에서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아서 꼭 음식으로 섭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필수 영양소’라고 불리며 인기를 끈다. 반대로 ‘비필수아미노산’의 하나인 글루탐산은 ‘비필수’라서(?) 푸대접을 받는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자. 필수 영양소는 우리 몸이 직접 합성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특별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역할이 다른 비필수 성분보다 더 특별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괴혈병은 흔히 비타민C 결핍증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정확히 말해 이 병은 콜라겐 부족으로 나타난다. 콜라겐의 탱탱한 구조를 만드는 핵심 아미노산은 프롤린이며, 비필수아미노산인 프롤린은 글루탐산에서 만들어진다. 여기서 비타민C는 콜라겐을 합성하는 효소를 잠깐 도와줄 뿐이므로, 몸에 많이 필요하지 않고 따라서 저절로 합성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식품과 건강을 오롯이 이해하고자 한다면, 몸에서 덜 쓰이는 것보다는 오히려 더 흔하고 많이 쓰이는 분자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왜 음식을 먹을까? 기본으로 돌아가 다시 생각해보는 식품과 영양의 의미
지금은 음식과 맛이 넘치는 포식의 시대다. 사람들은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서 비만 등 온갖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또 뭔가 좋은 것을 챙겨 먹어 그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하지만 음식을 섭취·소화·흡수하는 일은 우리 몸에 꽤나 큰 짐이며, 여기에 에너지를 쏟는 동안 활성산소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어차피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라며 우리가 일상의 고통을 감내하듯, 우리 몸도 먹고 살기 위해 부담을 감수하는 것이다. 많이 부담스럽지만, 어쨌든 우리는 무언가를 먹어야 살고, 잘 먹어야 잘 산다. 저자는 우리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식품과 영양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자고 말한다.
MSG 유해성 논란을 비롯해서 우리가 식품과 건강에 관한 각종 오해에 이리저리 흔들렸던 이유는, 파편화된 지식이 넘치는 가운데 생명을 종합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잃었기 때문이다. 식품에 대한 기존의 오해는 대체로 이런 식이다. 예를 들어 히터의 스위치를 누르면 히터가 뜨거워지는 현상을 보고, 그 스위치가 뜨거움을 만드는 장치이므로 위험하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 착각에서 벗어나려면 히터의 전체 구조를 알아야 하듯, 식품에 대한 오해를 풀려면 우리 몸의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시스템을 이해하면 식품의 의미는 절로 드러나게 된다.
저자는 오늘날 종합적인 이해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확한 이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한 팩트가 아니라 촘촘히 연결된 지식의 프레임이다. 우표를 수집하듯 팩트를 많이 모아놓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볼 수 없으며, 지식의 의미는 다양한 정보들이 엮이는 사이사이에서 나타난다. 식품과 건강, 우리 몸과 생명현상의 의미를 파악하려면, 마찬가지로 지식의 수집이 아닌 연결이 필요하다. 가장 흔하며 가장 중한 영양소인 글루탐산은 지식을 한 올로 꿰는 코바늘이 되어줄 것이다.
지은이 소개
최낙언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하고, 1988년 12월 해태제과에 입사하여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 서울향료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하여 연구했으며, 2013년부터 (주)시아스에서 식품관련 저술활동을 했다. 현재는 (주)편한식품정보의 대표로 재직 중이다.
2009년, 첨가물과 가공식품에 대한 세간의 불량지식을 사실인 양 다룬 TV 프로그램에 충격을 받고는 올바른 답변을 찾기 위해 ‘www.seehint.com’을 만들어 여러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저자의 주 관심사는 ‘새로운 지식의 시각화 도구’를 만드는 것이다. 식품을 공부하던 중 자연과학 공부에 매료되었고, 이미 밝혀진 다른 분야의 지식을 그대로 연결하고 활용만 해도 식품의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2016년에 (주)편한식품정보를 설립하여 지식을 구조화하고 시각화하여 동시에 전체와 디테일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을 개발 중에 있다.
저서로는 『GMO 논란의 암호를 풀다』, 『식품에 대한 합리적인 생각법』,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 『진짜 식품첨가물 이야기』, 『감칠맛과 MSG 이야기』, 『감각 착각 환각』, 『맛 이야기』, 『맛의 원리』, 『물성의 원리』 등이 있다.
차례
들어가며| 왜 엄마 젖에는 글루탐산이 많을까?
서장| 딱 한 가지 분자를 무한히 공급받을 수 있다면
Part I 글루탐산이 뭐길래 ─ 단 하나의 분자에서 찾은 무한한 매력
1장| 글루탐산, 건강을 책임지다 ─ “모든 아미노산의 시작이자 만능 재주꾼”
2장| 얼마나 맛있게요? 글루탐산과 MSG ─ “한 자밤 감칠맛의 속사정”
3장| 내 머릿속의 글루탐산 ─ “뇌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신경전달물질”
더 알아보기 1| 숨 막히는 질소고정의 역사
Part II 우리 몸의 먹고사니즘 ─ 왜 음식을 먹어야 할까?
4장| 끝없이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
5장| 핵심 부품이자 엔진인 단백질
6장| 음식의 덫, 질병과 노화
7장| 진정한 슈퍼생명체란 무엇일까
더 알아보기 2| 자반고등어 맛의 비밀, 코리네균과 글루탐산
나가며| 가장 기본적인 것이 가장 소중하다
참고문헌
본문에서
만약 신이 내 몸 안에 한 가지 분자만 원하는 양만큼 무한히 자동 생성되도록 해준다면 포도당보다 아미노산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사실 포도당으로는 아미노산을 만들 수 없지만, 아미노산으로는 포도당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포도당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분자를 아미노산으로도 만들 수 있고, 일단 하나의 아미노산이 충분히 만들어지면 다른 아미노산과 질소화합물도 모두 만들 수있다. 한 가지 아미노산이 무한히 공급되면 ATP 생산을 위해 굳이 산소를 마실 필요도 없다. 유산소 호흡을 통해 굳이 힘들게 ATP를 만들지 않아도, 넘치는 아미노산을 이용하여 무산소 호흡으로 ATP를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산소 호흡의 생성물인 젖산이나 알코올은 유산균이나 효모가 그렇게 하듯 그냥 배출하면 된다. 그 생성물들을 배출하는 데에 드는 비용이, 우리 몸에서 산소를 이용하는 데에드는 비용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정말로 이렇게 된다면, 생명체로서 인간의 개념과 설계가 완벽하게 바뀔 수 있다. 그 정도로 아미노산 단 하나의 분자는 생명현상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_35~36쪽
아미노산 중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무엇일까? 여러 식재료의 단백질에서 아미노산의 조성 비율을 살펴보면 보통 글루탐산, 아스파트산, 류신, 라이신, 프롤린, 아르기닌이 많다. 이 중에서도 글루탐산이 가장 흔한 편이다. 아미노산은 총 20가지이므로 그 조성 비율을 산술적으로 평균하면 각각 5퍼센트가 평균치인데, 글루탐산은 단백질의 15퍼센트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흔하다. 밀 단백질인 글리아딘에는 44퍼센트, 토마토 단백질은 37퍼센트 이상이 글루탐산이다. 밀에 많으니 빵과 국수 같은 밀가루 제품에도 글루탐산이 많다. 우유에 많으니 치즈, 요구르트 등 유가공품에 많고, 콩에 많으니 콩나물, 두부뿐만 아니라 된장, 고추장, 간장 등 콩 가공식품에도 글루탐산이 많다. _50쪽
식물에서 광합성이 시작되는 색소인 엽록소와 동물의 혈액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물질인 헤모글로빈은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둘 다 글루탐산에서 만들어진다. 엽록소의 핵심 구조물을 포르피린(porphyrin)이라고 하는데, 포르피린은 8개의 글루탐산으로 만들어진다. 글루탐산 2개가 결합하여 아미노레불린산이 되고, 포르포빌리노겐을 거쳐 프로토포르피린이 된다. 포르피린 구조의 중심에 마그네슘이 있으면 식물의 엽록소가 되고, 마그네슘 대신 철이 있으면 헤모글로빈이 된다. 포르피린 구조 중심에 어떤 미네랄이 붙느냐에 따라 역할이 바뀌는 것이다. _62쪽
엄마와 아이도 글루탐산을 좋아한다. 임산부는 태반을 통해 배 속에 있는 아이에게 글루탐산을 전달하고, 출산 후에는 모유를 통해 글루탐산을 제공한다. 모유에는 20가지 아미노산이 들어 있는데, 그중 글루탐산의 함량이 가장 많다. 특히 단백질 형태로 결합하지 않은 유리(free) 아미노산 중에서는 50퍼센트 정도가 글루탐산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양이다. 모유 100밀리리터에는 유리 글루탐산이 21.6밀리그램이 들어 있는데, 이는 우유의 1.9밀리그램보다 10배 이상 많은 양이다. 아이는 모유의 유리 글루탐산을 맛보며 감칠맛에 익숙해진다. 모유를 먹이던 아이에게 처음으로 모유 대신 우유를 주면 잘 먹으려 하지 않는다. _71~72쪽
우유를 발효하여 치즈로 만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치즈를 만드는 과정에서 우유에 있는 수분과 탄수화물(유당)이 많이 제거되고 단백질이 농축되며, 미생물이 발효하는 동안 그 단백질이 분해되어 유리
글루탐산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우유의 단백질 함량 비율은 3.6퍼센트지만, 치즈가 되면서 수분이 감소하고 단백질의 비율이 36퍼센트로 10배 늘어난다. 단백질 분해율은 0.2퍼센트에서 13.5퍼센트로 약 67배 증가하여, 혀로 느낄 수 있는 글루탐산이 600배 증가한다. 그러니 치즈의 감칠맛은 우유와는 비교할 수 없이 높다. 이것이 세상에서 그렇게나 다양한 치즈가 사랑받는 비밀이다. _78쪽
생리학자들에 따르면, 위의 수용체가 글루탐산을 감지하면 단백질 분해효소인 펩신과 위산의 분비를 높이는 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글루탐산이 위에서의 단백질 소화 기작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글루탐산 신호는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먹었을 때 포만감을 느끼도록 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이러한 기능들은 우리가 왜 글루탐산의 감칠맛이 풍부한 식재료를 그토록 선호하는지 설명할 수 있다. 게다가 위에 글루탐산이 들어올 때는 반응이 있어도, 다른 아미노산에는 반응이 없다. 즉, 위에서의 단백질(아미노산)의 감각은 전적으로 글루탐산에 의존한다. 글루탐산이 단백질 감각의 선봉장인 셈이다. _84쪽
어떤 물질이 신경전달물질로 쓰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주변에 흔하지 않은 분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주변에 흔하면 원하지 않는 순간에도 나트륨 채널이 아무렇게나 열릴 것이고, 그것은 통제되지 않는 재앙이다. 예를 들어 아세틸콜린은 질소에 3개의 메틸기(-CH3)가 붙은 드문 형태의 분자다. 그래서 신경전달물질로 쓰이는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런데 뇌에서 주로 쓰는 신경전달물질이 글루탐산이라는 점은 언뜻 보면 당혹스럽다. 아미노산 중에 가장 흔한 것이 글루탐산인데, 어떻게 그 흔하고 평범한 물질을 뇌에서 신경전달물질로 쓸 수 있을까? 그 이유를 자세히 알아가다 보면, 뇌의 창의적인 활용 능력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_116~117쪽
지금은 음식과 맛이 넘치는 시대다. 사람들은 배가 고프지 않아도 맛있는 음식을 찾아 먹는다. 적당히 배고픔을 해결한 정도에서 먹기를 멈추지 않고, 더 이상 위가 늘어나기 힘들 때까지 먹기도 한다.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서 비만 등 온갖 질병에 시달리면서, 또 뭔가 몸에 좋은 것을 챙겨 먹어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우리는 왜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음식이 우리 몸에 들어가 어떤 작용을 하는지를 알기보다는, 그냥 무작정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지만을 따지려 한다. 그러니 음식에 관한 온갖 헛소문에 마구 휘둘리는 것이다. _153쪽
식품의 첫 번째 역할이 몸의 에너지(ATP)를 만들 연료(포도당)를 공급하는 것이고, 두 번째 역할은 세포막(지방)이나 나트륨펌프(단백질)와 같은 부품을 만들 분자를 제공하는 것이다. 식물이라면 포도당만 있으면 뭐든 만들 수 있지만, 우리 몸은 직접 합성하지 못하는 필수지방산이나 필수아미노산, 비타민과 미네랄을 식품으로 공급받아야 한다. 자동차를 운행하려면 주기적으로 휘발유를 넣어주고 부품을 교체해야 하듯이, 우리는 우리 몸을 운행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연료와 부품을 공급해야 하는 것이다. _155쪽
사람의 몸에서 합성할 수 없는 9가지 아미노산인 류신, 이소류신, 라이신, 메티오닌, 발린, 트레오닌, 트립토판, 페닐알라닌, 히스티딘을 필수아미노산이라고 한다. 그런데 필수와 비필수의 구분은 정말 애매하다. 메티오닌은 몸에서 합성이 안 되므로 필수아미노산이라고 한다. 그러니 반드시 음식으로 섭취해야 한다. 시스테인은 메티오닌만 있으면 쉽게 만들어진다고 비필수아미노산이라고 한다. 하지만 시스테인도 메티오닌이 없으면 우리 몸이 아무 때나 스스로 합성할 수는 없으므로 ‘필수’의 조건을 갖추긴 했다(반드시 음식으로 메티오닌이나 시스테인을 섭취해야 한다). 그러니 필수/비필수 구분은 정말 당혹스러운 것이다. 우리 몸에 더 중요한 영양소는, 필수아미노산이 아니라 글루탐산처럼 쉽게 만들어지는 아미노산이다. 아무리 ‘필수’라고 해도 비필수아미노산인 글루탐산보다 다양하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없다. 우리는 그동안 몸에서 많은 기능을 하는 물질보다는 비타민처럼 단지 몸에서 생산되지 않는 성분에만 너무 과도한 관심을 가졌다 _171~172쪽
그동안 자연과학에는 너무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지식만 많았다. 갈수록 세밀하게 쪼개기만 하지 그것을 종합해서 전체적인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은 별로 하지 않았다. 그래서 전문 지식은 많아졌지만 인간과 자연에 대한 종합적 이해력은 퇴보한 것이다. 식품과 영양에 대한 지식도 그렇다. 사람들은 보통 흔한 영양소보다 흔하지 않은 영양소를 특별히 대접한다. 하지만 어떤 영양소가 흔하다는 건 그것이 우리 몸에 가장 기본적인 물질이라는 뜻이다. 가장 기본적인 것을 제대로 이해하는 게 훨씬 의미 있는 일이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 가장 소중하다. _2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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