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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소개

전순옥이 만난 우리 시대의 장인들,『소공인』

뿌리와이파리의 백서른여섯 번째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소공인

 

전순옥이 만난 우리 시대의 장인들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 소공인에서 답을 찾는 전순옥이

손기술로 한 시대를 꿰매온 장인들과 마주 앉아

도심 골목골목이 기술과 제조의 현장으로 탈바꿈할 미래를 그려본다.



누가 제조업을 사양산업이라 하는가!


지금도 미싱은 돌고 있다 
1970년대, 평화시장 봉제공장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일하던 어린 시다들은 어느덧 초로(初老)가 되었다. 그러나 지금도 창신동, 혹은 성수동 어느 골목에서 그들의 미싱은 돌고 있다. 1970~8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살인적인 노동 조건에 시달리며 한강의 기적에 일익을 담당했지만, 그들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사회적 관심이나 국가 정책의 대상이 되어본 적 없다. 
그렇게 모두가 철 지난 사양산업이라며 돌아보지 않는 사이, 의류봉제를 비롯해 수제화, 가방, 안경, 주얼리 및 액세서리, 인쇄, 금속가공업 등의 소규모 제조업은 한 걸음씩 꾸준히 성장해왔다. 그 결과 업체 수는 전국에 약 30만 개, 종사자 수도 무려 91만 명을 웃돌고, 특히 7대 도시에만 사업장 약 20만 개, 63여만 명이 집적되어 있다. 
저자 전순옥은 이처럼 노동 집약도가 높고 손기술을 포함한 숙련 기술을 기반으로 하며 일정 지역에 집적하는 특성을 가진 10인 이하의 소규모 제조업에 ‘도시형소공인’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오랫동안 ‘소상공인’이라는 명칭으로 뭉뚱그려 왔으나, 마침내 소공인이라는 제 이름과 분명한 정체성을 부여받은 것이다.

왜 소공인인가 

그동안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책은 주로 소상인에만 집중되어 있었으며, 현 정부가 내놓은 고용률 70퍼센트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도 주로 서비스 및 미래 신성장산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키워내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기존 산업 중에서도 조금만 물 주고 보살피면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 있는 산업이 존재한다면 결코 외면할 이유가 없다. 
모두들 첨단기술과 서비스산업에만 눈이 팔린 사이, 소공인들은 지난 몇십 년간 손기술 하나로 우리 경제를 밑바닥에서부터 떠받쳐 왔다. 그리고 매출 규모 74조 원, 영업이익 10조 원에 이르는 산업으로 묵묵히 키워냈다. 더욱이 소공인은 그 특성상 ‘납품-조달’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산업경제 전체의 경쟁력과 지역 산업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비록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매출 규모는 미약하지만, 하도급 등을 통해 생산 하부구조를 담당하는 소공인의 영향을 받는 산업의 시장 규모는 무려 395조 원에 달한다. 
더욱이 소공인은 숙련 집약형이자 기술 집약형 산업으로서 고용 유지 및 창출 효과가 높고, 실질적으로 서민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다. 실제로 소상인들의 상당수가 창업 후 3년 이내에 폐업에 이르는 반면, 소공인들은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40년 이상 업을 이어오고 있다. 경기에 따라 부침은 겪었을망정 자기 기술이 있는 만큼 벌이가 되고 전망이 있었다는 뜻이다. 
저자는 그 자신이 젊은 시절 봉제공장의 시다였고, 유학을 다녀온 뒤에는 10년간 봉제인력 교육기관과 사회적 기업을 운영한 바 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소공인의 어려움과 산업적 가치를 절감하게 된 그는 이들을 재조명하는 것을 자신의 일차적 책무로 삼았다. 현재 소공인들은 열악한 생산 환경으로 인한 신규인력 유입 단절, 고숙련 인력의 고령화, 영세성 등의 현실적인 한계에 공통적으로 직면하고 있다. 저자는 그들이 오랫동안 국가 정책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온 만큼 단기적·지엽적 해결책이 아닌 종합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판단, 2년여에 걸친 연구와 노력 끝에 ‘도시형소공인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내놓았다. 2015년 5월 29일 시행을 앞둔 소공인법은 ‘노동이 답이다, 답은 현장에 있다’라는 그의 소신이 집약된 의미 있는 결과물이다.

이 사람들을 보라 

저자는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에게 기술자로 산다는 것의 가치를 알리고자 의류봉제, 수제화, 가방, 액세서리, 주얼리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장인들을 인터뷰하고 책으로 묶어 냈다. 이 아홉 명의 장인들은 그가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창신동을 중심으로 활동한 11년과 국회로 들어온 3년 동안, 직접 만나서 그 진가를 발견한 이들이다. 
40여 년간 한길을 걸어온 지금, 일하는 사람이 행복해야 아름다운 물건이 만들어진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하는 가방 장인, 젊을 땐 공순이라는 말이 상처였지만 이젠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 자부한다는 봉제 장인, 50년을 훌쩍 넘긴 지금도 서울대 졸업장과도 안 바꿀 만큼 자신의 일이 제일 좋다고 말하는 수제화 장인……. 그런가 하면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를 거쳐 억대 연봉의 패턴사가 된 60대 장인은 기술자를 천대하는 한 패션산업의 미래도 없다며 열변을 토하고, 주얼리와 액세서리의 두 명인은 기술은 이미 세계 최고인데도 정책적 지원이 부족한 탓에 아까운 시장을 다른 나라에 다 내주고 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분야는 달라도 이 아홉 명의 장인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기술에 높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배우려는 의지만 있다면 그 기술을 아낌없이 내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10대에 첫발을 내디딘 후 30년에서 50년 이상을 미싱을 타며, 가죽을 무두질하며, 손기술 하나로 평범한 직인에서 장인이 된 그들은 비록 사회적으로 조명받는 삶은 아니었지만 평생직장은 없어도 평생직업은 있다는 것을 자신의 전 생애를 통해 증명해주고 있다. 문제는 머지않아 이런 장인들이 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들이 지속 가능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 나아가 이들이 다음 세대에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한 이유다. 

기술은 결코 배신하는 법이 없다 

현재 국내 전체 실업률은 4.0퍼센트, 청년(15~29세) 실업률은 10.7퍼센트(통계청, 2015년 3월 기준)에 이르며, 일자리의 질도 나빠져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 다섯 명 중 한 명은 계약 기간이 1년에도 미치지 못한다. 드라마 「미생」의 장그래는 이렇게 말했다. “정규직과 계약직, 신분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계속 일을 하고 싶은 겁니다.” 이 책의 에필로그인 미래의 소공인 좌담회에서, 현재 맞춤 양복 기술을 배우고 있는 30세의 한 청년은 이렇게 말한다. “사무직으로 진로를 잡고 가늠해보면 대략 견적이 나온다. 그럴 바에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 이쪽이고, 물론 숙련 기술을 익히려면 굉장히 오래 걸리지만, 나중에 후회할지언정 일단 해보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시작했다.” 
블루칼라야말로 영원한 블루오션이라고 믿는 전순옥은 소공인이야말로 사양산업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를 살릴 ‘미래의 먹거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도 도시 골목골목에서 촘촘한 제조업의 생태계를 떠받치고 있는 91만 소공인들을 당당한 전문 직업군이자 유망 산업의 주역으로 올려놓아야 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장인들의 소중한 기술의 명맥이 끊어지기 전에 많은 젊은이들이 소공인에서 자신의 미래를 발견하게 되기를, 저자는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저자


전순옥 

오빠 전태일이 분신으로 작고한 1970년, 16세였던 그는 봉제공장 시다로 일하며 어머니 이소선 여사와 함께 노동운동으로 청춘을 보냈다. 1989년 노동운동의 국제적 연대를 모색하기 위해 영국 유학을 떠나 러스킨칼리지 유럽비교노사관계 디플로마, 워릭대학교대학원 석사 및 노동사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의 박사학위 논문 『They are not machines(그들은 기계가 아니다)』는 워릭대학교 최우수 논문상(2001)을 수상한 데 이어 영국과 미국에서 단행본으로 출간, 미국사회학회 명예로운 노동사회학 서적(2005)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12년 만인 2001년에 귀국, 성공회대학 교수직을 맡았으나 1년 뒤 고향과도 같은 동대문 창신동으로 돌아갔다. 이후 10년간 참여성노동복지터·수다공방 등을 설립하고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며 여성 봉제노동자들의 기술 발전과 권익 향상을 위해 일했다. 2012년 5월 새정치민주연합(당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1번으로 제19대 국회에 입성,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도시형소공인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숙련기술 활용 및 전수, 인력양성 및 공급, 집적지구 설립 등 소공인을 위한 종합 지원책을 담아낸 그의 대표 법안으로, 제1회 머니투데이 대한민국 최우수 법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는 『한강의 기적은 누가 만들었나』(『끝나지 않은 시다의 노래』 개정판)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A Single Spark―The Biography of Chun Tae-il』(『전태일 평전』 영문판)이 있다. 

 

권은정 

저술가, 번역가, 전문 인터뷰어. 
대학과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으며 『한겨레』 런던 통신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국무총리실 홍보기획비서관을 역임했고 『월간인권』, 『참여사회』,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오랫동안 칼럼과 인터뷰 등을 기고해왔다. 특히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평전이나 글로 풀어내는 일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책으로 노래하고 영화로 사랑하다』, 『착한 기업 이야기』, 『젠틀맨 만들기』, 『그 사람이 아름답다』, 『아름다운 왕따들』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상처 입은 관계의 치유』, 『삶의 대화』, 『붉은 새의 선물』, 『시몬느 베이유』, 『그녀가 나를 만나기 전에』, 『타인의 아이들』 외에 다수가 있다. 




머리말_소공인에게서 새로운 희망을 보았다 
프롤로그_답은 언제나 현장에 있다 

01 기술은 결코 배신하는 법이 없습니다
내 숨결과 미싱이 한 호흡으로 흘러갈 때, 더없는 평온이 찾아온다
_김도영(봉제 장인, 경력 43년) 
정직한 두 손으로 구두 만드는 일, 서울대 졸업장과도 안 바꾼다
_유홍식(구두 장인, 경력 55년) 
일하는 사람이 행복해야 아름다운 물건이 만들어진다
_김종은(가방 장인, 경력 42년) 
소공인의 내일을 위한 제언 1. 봉제산업의 미래, 자구 노력과 정부 지원 함께 가야
_박경모(서울봉제의류협동조합 이사장)

02 우리가 한마디 해도 되겠습니까?
기술자를 천대하는 한 패션산업의 미래도 없다
_장효웅(패턴 장인, 경력 43년) 
손으로 만드는 가치와 정성을 알아준다면 낙엽으로라도 구두 못 만들까 
_양영수(구두 장인, 경력 37년) 
기술은 이미 최고, 유통만 지원해주면 액세서리로 먹고사는 나라 된다 
_김상실(전통공예 장인, 경력 25년) 
소공인의 내일을 위한 제언 2. 동대문, ‘R&D 클러스터’로 그 심장을 펌프하자
_조동성(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소공인의 내일을 위한 제언 3. 동대문을 아시아 패션산업의 허브로 키우는 세 가지 해법
_박훈(산업연구원 박사)

03 만든 이의 숨결이 배어 있는 기술은 100년을 간다
가르치면서 깨달았다, 내 기술의 가치를 나만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는 걸
_한상민(토털 의류기술자, 경력 38년)
백발의 테일러, ‘좋은 양복 한 벌’의 가치를 전수하다
_김의곤(양복 장인, 경력 57년) 
홍콩, 태국에 뺏긴 귀금속산업, 전문인력 양성으로 되찾을 터
_김종목(귀금속 장인, 경력 43년) 
소공인의 내일을 위한 제언 4. 나도 ‘메이드인 코리아’를 달아서 세상에 내놓고 싶다
_고미화(제이패션 대표)

에필로그_미래의 소공인 좌담회 “이 길을 선택한 것은 내 기술로, 오래오래 일하고 싶기 때문”

부록 1. 소공인 교육기관 소개 
한국패션봉제아카데미|한국제화아카데미|MJC 보석직업전문학교|테일러아카데미
부록 2. ‘도시형소공인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전문(全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