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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이야기

넷이서 옮기고, 넷이서 편집하고, 553컷의 도판을 찾아넣고

엄청난 책을 만드는 과정의 사소한 뒷이야기

 

 

 

칼로 고기 썰듯이 책 만드는 것도 뚝딱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글은 스토리를 좋아하는 뿌리와이파리 대표가 <유럽 문화사> 출간을 앞두고 쓴 글이다.

 

지은이 도널드 서순은 10년 가까운 세월에 걸쳐 이 책을 썼고, 공역자 오숙은, 이은진, 정영목, 한경희 네 사람과 뿌리와이파리는 3년 반에 걸쳐 옮기고 편집했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생맥주모임 ‘뿌.아.모’(뿌리와이파리를아끼고사랑하며무엇을이바지할것인가를생각하는사람들의모임)에서 만난 네 번역가는 이 책의 폭넓은 지리적․문화적 영역을 너끈히 감당할 수 있는 전공언어(러시아어, 프랑스어, 영어, 독어)와 관심분야를 가지고 있었고, 공역자와 편집부는 이 책을 각자 쪼개서 번역하는 수준을 넘어 긴밀한 ‘협업’으로 옮기기로 했다.

 

2009년 초, 먼저 제1부를 전공언어와 관심분야를 고려하여 각자가 맡을 장을, 때로는 하나의 장 안에서도 소제목별로 나누었고, 각자의 초벌원고를 모은 다음, 편집부와 함께 세 차례의 워크숍을 열어 번역의 원칙과 기준, 편집의 기본 방침을 결정했다. 워크숍에서는 또한 오숙은이 번역작업의 진행과 번역원고의 제1차 검토 및 조율을 책임질 간사를 맡고, 의사소통과 논의는 기본적으로 뿌리와이파리 카페를 이용하기로 했다.


2010년 말, 62개의 장과 머리말, 결론, 총 64개 장의 번역이 끝났고, 그로부터 1년 반, 오로지 이 책 한 권에 매달린 책임편집자와 간사 오숙은을 중심으로 한 교정교열작업이 시작되고, 한편에서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원서에는 없는 도판을 찾아넣는 작업이 병행되었다. 약 10개월의 기간을 들여 찾은 대부분 퍼블릭 도메인인 도판자료가 553컷. 도판의 설명글에는, 워낙 방대한 내용을 다루는 본문에서는 도저히 담을 도리가 없었을 추가정보를 조금이라도 더 제공하려고 애썼다.


2012년 초, 얼추 교정교열작업이 일차로 마무리된 시점에 뿌리와이파리 편집부의 다른 두 사람, 그리고 대표까지 편집작업에 합류했고, 다른 거의 모든 일을 제쳐두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고 책임 있게 내놓겠다’는 대표의 ‘오케이교정’에 정확히 석 달 반이 걸렸다.

 

그 과정에서 번역자와 간사의 최종 원고확인, 편집부와 번역자-간사의 밤낮없는 논의와 최종결정은 카페와 네이트온을 이용해 진행되었다. 드디어, 마지막. 맨 뒷부분의 118쪽에 이르는 참고문헌 확인에 3주, 최종적으로 140쪽에 육박하는 찾아보기 작성에 4인의 준철야노동으로 꼬박 보름이 걸렸다. 2년 전부터 의뢰해두었던 디자이너 조혁준 선생의 표지가 약간의 조정만으로 단번에 ‘통과’, 한 달 전에 확정된 것은 무척이나 고마운 일이었다.

 
그리하여, 그래도 아쉬움이 묻어나는 대목 없지 않지만, 과정과 결과 양쪽 모두, 이 책은 뿌리와이파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작업이었고,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