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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소개

다시 책 읽기를 시작하자! <장석준의 적록서재>

뿌리와이파리의 백스물세 번째 책이 나왔습니다. 

 

 

장석준의 적록서재

장석준 지음432쪽값 18,000원

 

 

‘적색’과 ‘녹색’의 책을 집어들고 읽으라!
과거와는 다른 책을 읽고, 같은 책이라도 달리 읽자.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이전과는 다르게 행동할 틈이 열린다.

 

2008년 금융위기는 신자유주의가 한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주었지만, 다들 잘 알고 있듯 신자유주의는 끝날 조짐을 보이기는커녕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신자유주의 이외의 대안이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때 촉망받던 과거의 대안들은 어느덧 용도 폐기되었고, 새로운 대안도 딱히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영국 역사가 페리 앤더슨의 말처럼 “저항 세력은 종교 개혁 이후로 가장 무장해제된 상태에 있다.” 좌파는 정작 자신들이 만들겠다고 하는 대안 사회에 대해 무지했던 것은 아닐까? 최근 한국에서 극우 집단이 횡행하는 현상은 희망을 내놓지 못하는 좌파에 대한 일종의 반작용이 아닐까? <장석준의 적록서재>는 이런 물음에 답하기 위해 책 읽기를 제시한다.

 

적색 사회주의에서 녹색 사회주의로!
<장석준의 적록서재>는 2012년 1월부터 2013년 4월까지 ‘프레시안 books’에 연재된 동명의 서평들을 묶어 펴낸 책이다. 진보정당 운동에 몸담고 활발한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장석준은 이 서평집에서 서른일곱 권의 책을 읽어나가며 자본주의를 왜 극복해야 하며,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한 근본적 모색을 시도한다. 쉽게 예상할 수 있듯 ‘적록서재’의 ‘적(赤)’은 전통적 좌파의 흐름을, ‘록(綠)’은 최근의 생태주의 흐름을 상징한다. 단 여기서 적색과 녹색은 그저 나란히 늘어선 색깔이 아니다. 저자가 상정하는 녹색은 기존의 사회주의 사상을 포괄하면서 일반적인 의미의 ‘생태주의’를 넘어서는 것으로, 적색의 운동이 전제로 삼아야 하는 색깔이다. 곧 적록서재의 ‘적록’은 단순히 ‘적색’과 ‘녹색’의 연대가 아니다. 차라리 ‘적색’에서 ‘녹색’으로, 즉 ‘적색’ 사회주의가 ‘녹색’ 사회주의로 바뀌어야 한다는 게 이 책의 메시지다.
서평으로 채운 이 책의 구성도 그러한 문제의식과 흐름을 같이한다. 첫 장에서 마르크스 사상을 비롯한 자본주의 비판을 다룬 저자는, 이어지는 두 개의 장에서 자본주의를 넘어서려 했던 역사적 시도와 현재의 노력들을 폭넓게 조망한다. 네 번째 장에서는 ‘적색을 담아내지 못하는 녹색’과 ‘녹색으로 향하지 않는 적색’을 넘어 새로운 녹색의 운동으로 전환할 것을 주장하며, 마지막 장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대안들이 제시되어 있는지 소개한다. 일관된 흐름의 주장을 펼치는 데에, 저자가 굳이 서평집이라는 까다로운 수단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자본주의 너머의 대안을 제시하는 책들을 소개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책 읽기라는 역사적 대화에 뛰어들 것을 당부하는 것이다.

 

서평으로 시도하는 좌파의 재구성
서평은 최근 꽤 각광을 받는 장르다. 서평 형식을 빌린 에세이, 책으로 자신의 비전을 이야기하는 정치인들의 책, 표지에 보란듯이 얼굴을 내밀며 독서 편력을 자랑하는 유명인의 책, ‘인문학 수호자’를 자처하는 이들의 고전 서평집까지……. 서평은 저자의 정치적 태도와 삶의 자세를 보여줄 수 있는 유용한 도구다.<장석준의 적록서재>는 저자 개인의 일상은 배제한 채, 다루는 책의 내용과 배경 설명에 집중한다. 이 서평집에 포함되는 책들은 여지없이, 흔히 말하는 ‘좌파 쪽’ 책들이다. 책 읽기를 통해 기존 좌파를 반성하고 새로운 대안을 살핌으로써 함께 좌파를 재구성해보자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 자본주의를 고민하고 그 너머의 또 다른 대안 사회를 찾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독자 자신만의 ‘적록서재’를 채워나가는 데에 이 책이 충분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